[TF초점] 연구부정 가능성↑…부정입학 판단은 이르다
입력: 2019.08.22 05:00 / 수정: 2019.08.22 06:01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후보자 딸 '의대 제1저자 논문' 전문가 의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시간이 없나 보구나. 능력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정유라씨 페이스북)

"(정씨 말을 인용하며) 바로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철학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트위터)

평생 함께 거론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두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의 의학 논문과 고려대학교 입학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며 과거 조 후보자가 정유라씨를 비판한 SNS 게시글이 주목받는다. '자승자박', '부메랑'이란 말까지 나온다.

조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국어고등학교를 거쳐 2010년 고려대학교 수시 세계인도인재전형으로 생명과학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중퇴하고 현재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논란의 불씨는 조씨가 고교 재학 중이던 2009년 단국대 의대 연구소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키워졌다. 아직 만 17세 외고생 조씨가 어떻게 학술지에 실릴 수준의 논문 제1저자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심이다. 이후 고려대에 합격할 때 이 논문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부정입학' 의혹이 나오며 파장이 커졌다.

◆고교생을 연구소 소속으로 써 연구부정 가능성 높아

조씨가 부정입학인지 판단하려면 2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논문이 '연구부정'인지 결론을 내야 한다. 연구부정이 맞다면 이 논문이 대학 합격에 영향을 끼쳤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 <더팩트>가 취재한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논문은 연구부정일 가능성이 높고 부정입학 판단은 아직 어렵다.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논문은 최상위 수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과 동급인 확장판(SCIE)급 학술지에 실렸다. 해당 논문 첫 장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의 공적인 기금을 지원받았고 2002~2004년 신생아 80여 명의 혈액을 채취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쓰인 논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1저자를 정하는데 가장 큰 기준은 연구에 대한 기여와 공헌도다. 하지만 고교생이 2주 남짓 연구소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후 써낼 수준의 논문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또 저자들의 소속을 단국대학교 의과학연구소라고 했는데, 당시 한영외고에 재학 중이던 조씨의 소속을 잘못 기재했다는 점에서 연구부정이 확실하다고 조심스럽게 단정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서울 소재 대학교의 한 교수는 "SCI 또는 동급 수준의 논문에 고등학생이 참여하는 것도 드문데,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은 교수로서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과와 달리 이과 전공자는 집단 연구로 논문을 집필하는 경우가 많아 저자 기재가 매우 민감하다"며 "단국대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를 한 상태에서 연구윤리위원회까지 회부된다면 문제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단국대는 논란이 불거지자 20일 "부당한 논문저자의 표시를 중심으로 연구윤리위원회를 금주 내 개최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조국 측 "논문 안냈다"…고대 입시자료는 폐기

논문이 연구부정일 가능성이 높다면 이 논문이 실제 입시에 반영됐는지를 봐야한다. 우선 조국 후보자 측은 고려대 지원 당시 이 논문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21일 조씨가 입시 과정에 이 논문을 제출하지 않았고 제1저자로 논문에 참여했다고 밝힌 적도 없다고 했다. 비교과 항목이 포함된 생활기록부에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학교실에서 관련 이론을 습득하고, 연구에 참여하였다"고만 기재했다고 전했다. 자기소개서에도 "단국대학교 의료원 의과학 연구소에서의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 정도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심사 후 5년이 지난 자료는 모두 폐기한다는 당시 사무관리규정에 따라 2010학년도 입시 관련 자료는 폐기됐다"며 "조씨의 연구활동내역 등 자료 제출 여부와 내용은 모두 확인이 불가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당시 입시에서는 논문을 제출하는 게 상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조씨가 현재 의전원에 재학 중인 점, 고등학생 때부터 의학 논문에 이름이 실린 점 등을 볼 때 의대 진학이 최종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외국에 살다 온 경험으로 외고에 진학한 상황에서 의학 분야 논문 집필은 자신의 목표에 매우 중요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입시 전문가로서 만약 조씨와 같은 상황의 학생을 만난다면 당연히 논문 제출을 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입시에서 조씨의 사례가 특별하지 않고 논문도 별 변별력이 없었을 거라는 입시전문가의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유명 입시전문학원 대표인 A씨는 21일 자신의 SNS에 "당시 외고생들은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입학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고3 상위권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논문이라는 단어가 없는 생기부가 없다. 특기자 전형으로 특허를 6개나 낸 학생도 본 마당이라 어떤 비리나 압력으로 그렇게 됐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견 변호사는 "입시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논문을 제출했더라도 당시 대입 때 논문 집필이 합격 여부를 가를 정도로 큰 배점을 차지했는지 평가위원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대는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의 논문 조사 결과에 따라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가 학사운영규정 제8조에 규정된 입학취소사유 대상인 ‘입학사정을 위하여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계획이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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