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변호사도 유튜버①] '좋아요' '구독' 부르는 모니터 속 변호사들
입력: 2019.08.22 05:00 / 수정: 2019.08.22 05:00
유튜브 로이어프렌즈 캡쳐
유튜브 '로이어프렌즈' 캡쳐

초등학생 장래희망 1위 유튜버. 최근 6세 유튜버 이보람 양의 가족회사 보람패밀리가 서울 청담동에 95억원 짜리 건물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자 일반인들을 허탈해 했다. 유튜브 신 갑부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등 사람들에 대한 유튜브의 영향력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한 TV방송 프로그램에서 유치원생이 유재석은 몰라봤지만 인기 유튜버를 좋아한다고 말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유튜브가 가히 TV영향력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왔다. 법조계도 이 흐름에 따르는 추세다. 변호사들도 자기 PR을 위해 유튜버로 변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기획보도 <변호사도 유튜버> 2편을 준비했다. 1부는 유튜브사가 설립된 시초부터 설립된 취지부터 변호사들이 유튜버를 하게 된 사회적 배경 및 컨텐츠 주제 등을 짚어봤다. 2부에서는 변호사 유튜버를 인터뷰한 내용 등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편집자주>

수임건수 줄고 경쟁은 치열하고…새로운 플랫폼에 도전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유튜브(YouTube)는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단어의 합성어이다. 2005년 2월 페이팔(PayPal)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 등 3명의 창립멤버가 미국 캘리포니아 산 브루노에 유튜브 사를 설립하면서 파티 비디오 배포를 위해 "모두가 쉽게 비디오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생각했고, 이것이 유튜브의 시초가 됐다. 이듬해 구글이 인수한 뒤 2007년부터 국가별 현지화 서비스가 시작됐고 국내에는 2008년 1월부터 한국어 서비스가 이뤄졌다.

사용자가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하며,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유튜브'가 국내에서 지금과 같이 활성화 된 것은 불과 얼마되지 않았다. 미디어 환경이 1인 미디어를 중심으로 옮겨가는 분위기 속에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로 '유튜버'가 꼽히는 등 직업적으로 '크리에이터'를 인식하는 등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수도 늘고 있다. 반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최근 '보람튜브'를 운영하는 유튜버 이보람(6) 양의 가족회사 보람패밀리가 서울 청담동에 95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는 허탈감을 내비쳤다. 6세 보람양의 월 수익이 수십 억대라는 보도가 잇따른데 따른 반응이다.

이처럼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다. 10~20대에서는 과거와 같이 의사와 판사, 검사 등 '사'자가 들어가는 전문직 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같은 직업군에 대한 인기가 더 높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과거에는 자격증 하나면 평생 부와 명예가 보장됐지만, 상황이 달라지다 보니 이제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먹방, 공부법 등을 소개하며 유튜브 세계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매년 숫자가 크게 늘고 있는 변호사들의 위상이 가장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해 500명에 불과했던 사법시험 합격자는 2009년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에는 매년 1500여명의 신규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현황/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지난달 31일 기준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현황/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이에 따라 변호사들은 자격을 얻은 뒤에도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거나 미국 변호사 자격 시험에 도전하며 전문성을 갖추는 등 새로운 길 모색에 분주한 모습이다. 수임 사건의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변호사 숫자는 2만 6787명으로 9년 전에 비해 2배 이상이 늘었다. 변호사 수(1만9839명)가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 2009년 32.8건을 기록한 서울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 1인당 연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2018년 14.4건으로 절반보다 더 줄었다. 업계가 침체의 늪에 빠지자 변호사들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자신을 PR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변호사 유튜버들의 영상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변호사라고 해서 법률 상담만 하진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구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며 전문성도 놓치지 않고 있다.

미용실 염색 등 "소소한 일상"이 더 인기

유튜브를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우선된다. 경력도 새내기 변호사부터 대형 로펌의 변호사, 대법관 출신까지 각양각색이다.

'킴변'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김지수 변호사는 자신의 변호사로서의 성장 과정 등 일상을 주로 담고 있다. 첫 출근부터 변호사 뱃지를 받은 것 등을 브이르고(비디오+블로그)형식으로 보여주며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그런데 김 변호사의 일상 영상 조회수가 200만회를 넘었다. 이외에도 빵굽는 변호사, 춤추는 변호사 등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며 그동안 숨겨둔 넘치는 끼를 발산하고 있다.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온라인 플랫폼은 자신을 PR할 수 있는 좋은 홍보 수단으로, 유튜버로 유명세를 타게 되면 인플루언서까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직접적인 사건 수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갑내기 변호사 3명이 "구독은 무죄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꼈던 법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4만 구독자 달성을 앞두고 있는 유튜브 채널 '로이어프렌즈(lawyerfriends)' 3명의 변호사들은 '탕수육 부먹vs찍먹'를 놓고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검사나 판사가 하는일이나 실제 권력 등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하는 등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로 전문성도 놓치지 않는다. ''로이어프렌즈'는 '아반떼를 타고 무시당한 변호사'나 '변호사가 말하는 술자리 시비 예방법' 등 흥미로운 주제로 마니아층을 구축하고 있는 상승세의 채널이다.

김지수 변호사가 운영하는 킴변 채널 캡처
김지수 변호사가 운영하는 '킴변' 채널 캡처

◆ 박일환 1호 대법관 유튜버...딸 추천

2012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박일환 변호사는 국내 최초 대법관 출신 유튜버다. 딸 추천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박 변호사는 ‘차산선생법률상식’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법관을 지냈다. 영상에 특별한 촬영 기술이나 편집은 없지만 전 대법관이 법률 정보를 전하니 구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실제 판례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영상 컨텐츠를 고민하는 동안 자신이 과거에 결정한 판결을 되짚어 보고,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는지도 덩달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무엇보다 손녀나 딸과 소통이 늘어난 점도 유튜버가 된 뒤 달라진 점으로 꼽았다. 박 전 대법과은 매번 다음 회차 고민이 앞서지만 꾸준히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당분간 변호사들이 유튜브에 뛰어드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연구하기 위해 업무 시간을 쪼개 주제를 고민하기도 한다. 아직 생각만 한 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변호사들도 수두룩 했다.

유튜브에서는 자극적인 주제 등이 인기가 많은 편이다. 그런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법조인으로서 가지는 권위가 있는데다, 변호사로서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본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단점 등으로 오히려 변호사 경력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마냥 무시할 순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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