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CJ라 쓰고 양승태라 읽는다…그를 향한 '은밀한 직보'
입력: 2019.08.17 05:00 / 수정: 2019.08.17 12:14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사건 1심 2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사건 1심 2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개혁판사모임 와해 계획 보고받은 증언 나와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장우성 기자] 대법원이 공개한 '사법농단 의혹' 관련 문건 98건에는 'CJ'라는 영문 약어가 종종 등장한다. 이는 대기업 이름이 아니라 '치프 저스티스'(Chief Justice), 즉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가리키는 용어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등 법원 내 개혁적 판사들의 자율적 조직을 와해시킬 계획을 담은 보고서가 'CJ'에게 직접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23회 공판에 증인 출석한 박상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 심의관(창원지법 부장판사)은 이같이 증언했다.

2015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박상언 전 심의관은 2016년 3월 25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정책에 비판적이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연구회 중복 가입자 정리, 커뮤니티 게시물 전면 공개 등으로 무력화시켜 5월 이후 자연 소멸·폐지시킨다는 내용을 담았다.

박상언 전 심의관은 검찰 증인신문에서 "보고서 표지에 법원행정처를 명시하고 요약본을 따로 마련했으며, 분량이 대규모이고 큰 파급력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볼 때 대법원장 보고용이라고 생각하고 작성했다"고 말했다. 또 사후에 임종헌 차장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심의관은 2016년 4월 8일 다른 심의관들에게 보낸 공동 메일에 '이미 대법원장 보고를 마친 서류(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를 지금 실장회의에 올렸다'라고 쓰기도 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위축시키고 젊은 법관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법연구회 설립 추진안도 마련했다. 이를 'CJ직보아이템'이라고 표기한 문건도 공개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자신의 임기 안에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임종헌 전 차장과 이규진 전 기조실장은 검찰에서 양 전 원장에게 이런 말을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이밖에 불법으로 입수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박상언 전 심의관은 이날 검찰 신문에서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각급 법원의 주요 영장 발부 여부를 사전에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는 각 법원이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난 뒤 대법원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한 당시 대법원 예규 위반이다. 지금은 이 예규조차 재판권 침해 방지를 위해 폐지됐다.

박 전 심의관은 영장청구서를 사전 입수해 임종헌 행정처 차장과 이규진 기조실장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2016년 9월 2일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2016년 11월3일 국정농단 사건의 최순실 씨, 2017년 1월 21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2017년 1월 17일과 2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청구서 등이 사전 유출됐다. 대부분 임종헌 차장의 지시로 각 법원 공보판사에게 입수했으며 일부는 법원에서 알아서 보고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2차 구속영장 청구서는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도 직접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언 전 심의관은 "임종헌 차장이 고영한 행정처장에게도 직접 보고하라고 해서 알려드렸다"며 "처장이 '영장이 어떻던가요'라고 물었고 '지난 번보다 영장이 촘촘하고 세밀하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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