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30) 씨는 5월 28일 새벽 귀가길 여성을 뒤쫓아 주거침입·강간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피해자 집 앞을 10분간 서성이며 말을 걸고 도어락을 손전등으로 비추는 등 침입을 시도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너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기식"…마스크 안 벗어 주의도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지난 달 공판 준비기일 때 불출석했던 '신림동 강간미수범' 조모(30) 씨는 이날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 3개월 차에 접어든 조씨는 머리카락과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에 반팔 수의 차림이었다. 법정 입구에 들어섰는데도 흰 마스크를 벗지 않아 법정 내 관계자에게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귀갓길 여성을 집 앞까지 따라가 위협한 혐의로 구속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피의자 조씨가 첫 정식 재판을 앞두고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첫 공판기일인 12일에도 반성문을 제출해 총 7차례에 걸쳐 반성의 뜻을 전했지만 재판부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제31형사부(김연학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2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지난달 11일 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첫 정식 공판이었다.
조씨는 5월 29일 범행 하루 만에 자신이 수사대상이 된 줄을 알고 자수해 같은 달 31일 구속수감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 조씨에 대한 호구조사와 검찰의 공소장 요지 설명, 이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 발표와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피해자의 신원 노출을 염려해 서증조사는 비공개로 이뤄졌다.
재판부는 비공개 서증조사를 앞두고 조씨가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일반적으로 반성문을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다. 피고인 본인이 범행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 중임을 알리고 양형에 고려해 달라는 이유다. 조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피해자 측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에게 반성문을 전하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 달 9일과 11일, 19일, 24일, 31일, 8월 7일, 12일에 각각 반성문을 제출해 사실상 주1회 반성문을 쓴 셈이다. 12일 제출한 반성문은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는 '사과문' 형식이었다. 7차례에 걸쳐 제출된 반성문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첫 재판이 열리기 전부터 재판부에 수차례 반성문을 내고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하는 등 조씨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양형에 영향은 미지수다. 김연학 부장판사는 "피고인 조씨는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했지만 대부분 '뜬구름 잡기식'으로 썼다. 너무 추상적이다"라며 "이날 제출한 반성문 역시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이해는 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역시 할 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 의견을 전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모(30) 씨는 12일 첫 공판기일에 수의 차림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중인 조씨의 모습. /뉴시스 |
검찰은 애초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할 당시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을 의식한 듯 조씨가 주거침입에 이어 성폭행을 저지를 범의가 있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검찰은 "조씨는 술에 취해 귀가하는 여성을 발견하고 200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뒤따랐다. 피해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까지 지켜보며 침입하지 못하자 10분간 피해자에게 말을 걸고 도어락을 열려는 등 위협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어 "동종사건 전력을 감안할 때 주거침입해 강간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2012년에도 술 취한 20대 여성을 따라가 입을 틀어막고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피고인의 성향을 고려하면 성적 충동을 억제하기 상당히 힘든 것으로 보인다. 성폭력 특례법 위반 처벌은 물론 보호관찰도 청구한다"고 밝혔다.
조씨 측은 피해자를 따라가 닫힌 현관문을 열기 위해 도어락을 손전등으로 비추는 등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모든 행위를 인정했다. 그러나 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강간할 범의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조씨는 피해자를 따라가 문을 열려고 한 행위를 인정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잠긴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을 뿐 재판 내내 말을 아꼈다.
약 1시간에 걸친 서증조사 과정에서는 조씨의 범행이 담긴 CCTV 영상과 수사 당시 조씨와 피해자가 한 진술 등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재판은 17일로 검찰 구형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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