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후폭풍 예상보다 거세...50여명 반발 줄사퇴
입력: 2019.08.02 12:25 / 수정: 2019.08.02 12:25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환담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접견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환담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접견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특수통 챙기기' 지나치다" 시각 지배적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된 인사에 후폭풍이 예상보다 크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 등 특수통이 요직에 발탁된 반면 공안통 검사, 문재인 정부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이 좌천성 인사에 반발해 물러나는 등 사의를 밝힌 검사가 50여명에 이른다. 앞으로 인사 발령일인 6일까지 추가 사의 표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전후한 7월 29일부터 2일까지 최종무(사법연수원 30기) 안동지청 지청장, 장기석(26기) 제주지검 차장, 김태권(29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신영식(29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 민기호(29기) 대검찰청 형사1과장 등 각 검찰청 부장 이상 간부급 검사들이 잇따라 사의를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검사 등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가 줄사표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팀의 간부들은 전원 사임했다. 수사 지휘 라인이었던 한찬식(21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윤 총장 취임 하루 전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권순철(25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된데 이어 서울고검으로 발령나자 7월 31일 사표를 냈다. 주진우(31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부장검사는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전보되자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주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세스'에 "환경부 사건을 수사함과 동시에 세월호 특위 조사방해 사건의 공소유지를 전담했고 일이 주어지면 검사로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자신이 그동안 정치적 중립에 따라 수사해 왔음을 강조했다. 특히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검찰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는 2017년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한웅재(왼쪽)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8 부장검사가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는 2017년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한웅재(왼쪽)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8 부장검사가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한웅재(28기) 경주지청장도 2일 사의를 밝혔다. 그는 7월 31일 단행된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에서 경주지청장으로 임명됐다. 주요 보직에서 멀어진데 따른 결단으로 풀이된다.

그는 "사실 2016년 10월 무렵 어떤 사건을 맡아 수사하면서 잘되든 못되든 수사팀장으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직서를 써놓았는데 사람이 부족해 때를 놓쳤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사건 수사, 재판을 하면서, 또 이런저런 간접적으로, 사람 인생이 그다지 길지 않고 지금 좋아 보이는 자리, 권력, 재물이 계속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사직의 변을 남겼다. 한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 재직 시절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2016년 9월 최순실 씨 등을 고발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됨에 따라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전담했으며, 이후 꾸려진 특별수사본부에 소속돼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대면조사한 바 있다.

문무일 전임 검찰 총장과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 차이인 윤 총장이 임명되면서 간부들을 중심으로한 검사들의 사퇴 규모가 클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자 윤 총장의 지나친 자기 사람 챙기기와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에 따른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라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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