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가 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시작을 기다리며 조국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학생들 강한 비난...김조원 민정·이성윤 검찰국장 인사도 주목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민정수석 업무는 나의 전공(형사법)의 연장이기도 했다. 검찰개혁, 검경 수사권조정, 법무부 혁신, 공정한 형사사법체제 구성 등은 나의 평생 연구 작업을 실천에 옮기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앙가주망'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이다"
'앙가주망(engagement)'은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일 서울대 교수로 복귀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언론이 나를 '폴리페서(Polifessor·정치교수)'라고 공격하며 서울대 휴직과 복직을 문제 삼기에 답한다"는 글을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조 전 수석의 검찰개혁 의지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왔다.
조 전 수석은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수와 정치권,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대학 바깥과 건강한 상호관계를 맺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교수의 ‘현실참여’를 무조건 금지 또는 과도하게 억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며, 의도치 않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캡쳐 |
그는 특히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 기사를 SNS에 직접 링크까지 하며 "말을 바꾼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전 수석은 2008년 당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연구와 교육의 전당이라는 위상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며 '서울대 소장파 교수들의 폴리페서 제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18대 총선에 나서는 교수 출신 후보들에 대해 "지역구 건, 비례대표 건 국회의원 공천 신청을 하는 순간 교수는 대학에서 몸과 마음이 떠난다. 휴강과 강사 대체 등으로 피해를 입게 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건의안에서 "장·차관 등 임명직 고위 공무원은 정당원이 아닌 사례가 많고 다른 나라도 법으로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임명직은 교수 전공과 연관성이 높아 이론과 실무의 교류라는 의미에서 진출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제재 범위를 '선출직 공무원'으로 한정했다.
이 때 조 전 수석은 "임명직 역시 복직 절차는 선출직 공무원처럼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으나 이번 그의 서울대 교수로서의 복직 절차는 엄격한 심사가 이뤄지진 않았다.
조 전 수석의 서울대 복직을 놓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민정수석 하시는 것도 좋은데 학교에 자리 너무 오래 비우시면 그거 다 학생들한테 피해로 돌아간다"는 글을 비롯해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도 1일 성명을 통해 "조국 전 민정수석(조국 전 수석)은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어 2년 2개월 동안 휴직을 하는 동안 서울대 로스쿨의 학사일정에 큰 차질이 발생해 학생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다른 교수들의 정치참여를 ‘폴리페서’라며 신랄하게 비판을 하면서 막상 자신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서는 한 없이 관대한 이중인격적인 모습에 국민들이 크게 실망을 하고 있다"며 학생과 학교 피해에 대한 조 전 수석의 사과를 촉구했다.
사법시험존치를위한고시생모임은 2018년 10월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로스쿨 옹호하는 조국 민정수석 경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조 전 수석은 8월 초 예상되는 개각에서 유력한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로 꼽힌다. 장관에 지명되면 다시 휴직을 하고 학교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도 이 문제를 평소보다 더 강경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공무원법 44조 3항에 따르면 교수가 정무직 공무원에 진출하면 해당 교수의 휴직을 보장하고 있으며, 휴직 기간은 해당 공무원의 재임 기간이다.
최근 논란과 별도로 7월 26일과 31일 2차례에 걸쳐 단행된 검찰 간부 인사를 놓고도 이미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전제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이성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부장을 임명한 것도 조 전 수석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직속 후배이기도 한 이 국장은 2004년 3월부터 1년 가량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근무했다.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에서 검찰의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진재선 과장의 인사도 주목 받는다. 진 과장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검사 시절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행사를 이유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거센 찬반 양론을 불렀다. 당시 문제가 된 홍대앞 '프리허그' 행사의 사회자가 조국 전 수석이었다는 묘한 인연이 있다. 윤석열 총장과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서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법무부 대변인으로 임명된 박재억 전 서울시 법률자문검사(파견)는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팀장을 지낸 이력이 눈에 띈다. 박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등을 지낸 '강력통'이지만 세월호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설명하다 울먹인 인간적인 검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조 전 수석의 후임으로 참여정부시절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김조원 민정수석을 앉힌 것을 놓고 정부와 조 전 수석의 검찰개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이 많다. 조만간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하면 김 수석이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조 전 수석의 검찰개혁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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