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검사 사표…좌천성 인사 논란
입력: 2019.08.01 17:32 / 수정: 2019.08.01 23:10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사 전경/뉴시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사 전경/뉴시스

"검사로서 명예와 자긍심 엷어져" 사직인사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청와대를 겨냥했던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지방으로 발령이 나자 사표를 던졌다.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검사는 1일 대검과 법무부에 사의를 밝히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 글을 올렸다.

주 부장검사는 이 글에서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 수사를 두고 "수많은 법리 검토와 토의, 이견의 조율을 거쳤고, 의견이 계속 충돌할 때는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결론을 냈다"며 "수사 결과는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검찰 내의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수사를 이끌고 가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주 부장검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연이 깊어 검찰 내 '우병우 사단'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2014년 검찰에 사표를 내고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2년 6개월 간 근무한 뒤 다시 사직하고 검찰에 복귀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저는 정치색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검사다. 아는 정치인도 없고, 그 흔한 고교 동문 선배 정치인도 한 명 없다"며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고 검찰국에서 발령을 내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주 부장검사는 전날 발표된 정기인사에서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전보된 바 있다. 동부지검 형사6부장검사는 대개 앞날이 보장된 자리라는 점에서 자연스런 인사는 아니라는 평이다. 안동지청은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라 현 정부와 연관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아니냐는 말도 많다. 주 부장검사는 환경부 사건 수사 중 청와대를 2번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로써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지휘라인은 대부분 옷을 벗었다. 이 사건 수사 중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파견 근무 경력과 현 야권 원로의 사위라는 점 때문에 입길에 올랐던 한찬식 동부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기 후배인 윤석열 총장이 내정되자 사임했다. 권순철 동부지검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에 누락되고 서울고검으로 발령나자 사표를 냈다. 주임검사였던 이지형 부부장검사는 전주지검 남원지청장으로 발령났다.

당시 서울동부지검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에게 사표를 강요하는 등 직권남용, 업무방해죄 위반 혐의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돼 제동이 걸렸다. 결국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배당돼 곧 공판이 열릴 전망이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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