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이수역 남녀 폭행사건 여성이 벌금 2배 왜?
입력: 2019.08.01 05:00 / 수정: 2019.08.01 05:00
검찰이 이수역 폭행사건의 피의자 남성 A씨와 여성 B씨에게 검찰이 벌금형에 처하고 약식기소했다. 사진은 지난 해 남성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글과 후두부를 다친 여성이 올린 사진. /청와대 게시판,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검찰이 '이수역 폭행사건'의 피의자 남성 A씨와 여성 B씨에게 검찰이 벌금형에 처하고 약식기소했다. 사진은 지난 해 남성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글과 후두부를 다친 여성이 올린 사진. /청와대 게시판,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머리 손상이 손목 부상보다 가벼운가" VS "원인 제공해 책임 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지난해 연말 온라인을 달궜던 '이수역 폭행사건'의 피의자 남성 A씨와 여성 B씨가 약식기소로 각각 100만원,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여성이 2배의 벌금을 문 것을 두고 남녀 간의 물리적 차이와 상해 수준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8개월 간 검찰시민위원회에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 설득력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이진수 부장검사)는 상해 등 혐의로 입건된 A씨와 B씨에게 각각 100만원과 2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애초 함께 입건된 남성 2명, 여성 1명은 초범이고 합의가 이뤄진 점을 들어 불기소했다.

검찰시민위원회(이하 검찰시민위)에 넘기는 등 결론을 내기까지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후두부 손상을 입은 B씨가 더 무거운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남성의 손목 부상과 여성의 후두부 손상이 같냐는 이유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남녀 간의 갈등이 쌍방 폭행으로 입건되는 경우가 드물어 수사당국에서 물리적 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김 교수는 "수적으로도 남성 3명·여성 2명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양측 다 상해죄가 적용된 상황"이라며 "그러나 상해 부위가 각각 손목, 후두부로 실질적 피해는 여성이 더 큰데 오히려 벌금은 더 높게 나온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는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는 여성 피해자가 월등히 많은 사회"라며 "상해 수준 차이도 큰 쌍방폭행 사건에 여성에게 더 책임을 지우는 결정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 역시 "남자가 여자를 살해해도 집행유예 나오던데 이것도 역시 …"(ring****), "사람을 계단에서 밀어 머리를 다치게 했는데"(deli****), "밀쳐서 머리 다치게 한 남자보다 (여성의) 벌금이 많네"(wkdw****) 등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도 B씨의 후두부 손상을 주요한 쟁점으로 봤다. B씨 측은 지난 해 11월 경찰 조사에서 계단에서 A씨가 발로 차는 바람에 굴러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같은 달 남성 일행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내가 찼다. 왜?"라고 말한 음성이 녹취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가려고 계단을 오르던 중 (B씨가) 제 허리춤을 붙잡아 손을 뿌리친 것 뿐"이라고 진술해 양측의 기억이 엇갈렸다.

B씨가 후두부를 다친 계단에는 CCTV가 없어 양측의 엇갈린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의 의뢰로 지난 해 1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씨의 신발 등을 감식한 결과 B씨를 발로 찼다고 보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수역 폭행 사건 남녀를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더팩트 DB
서울중앙지검은 이수역 폭행 사건 남녀를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더팩트 DB

사건 발생시점인 지난해 11월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본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계단이라는 장소 특성상 손을 뿌리치는 것만으로도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장소다. A씨도 이 사실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CCTV도 없고 남성이 여성을 발로 찬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양측의 벌금이 두 배나 차이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B씨 측이 모욕적 발언을 하고 신체적 접촉을 하는 등 폭행사건의 원인을 제공해 더 무거운 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상해죄에서 주요하게 보는 상해 수준이 양측 다 전치 2주로 나와 비슷한 수준의 피해로 판단한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B씨 측이 먼저 모욕적 발언을 하고 신체를 접촉한 경위가 입증돼 더 큰 책임을 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피해자가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폭행당하는 일방폭행과 달리, 이번 사건처럼 쌍방 폭행은 각자 상해 수준과 공격 수위를 정밀하게 판단해 벌금액의 차이를 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꽤 오랜 시간 수사한 편에 속한다. 검찰 내부에서도 시민위에 회부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아마 공개되지 않은 다양한 쟁점을 면밀히 조사해 내려진 결정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수역 폭행사건은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지하철 2‧7호선 이수역 인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남성 4명은 여성 2명과 다른 테이블에 있던 연인의 언쟁을 지켜보던 중 말싸움에서 비롯됐다. 감정이 격해진 여성은 남성의 손을 쳤고, 해당 남성은 이에 대한 반격으로 여성이 쓰고 있던 모자를 치면서 신체적 충돌로 번졌다. 사건을 조사한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여성의 폭행으로 남성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남성 역시 계단에서 뒤따라온 여성을 넘어지게 해 전치 2주의 후두부 열상 등 피해를 입혔다. 사건을 조사한 서울 동작경찰서는 같은 해 12월 술집 CCTV와 휴대전화 영상, 피의자와 참고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공동폭행, 모욕 등 혐의로 남녀 5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이중 2명에 대해 30일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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