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호날두, 사기죄 적용 어렵다…위약금은 가능
입력: 2019.07.31 05:00 / 수정: 2019.08.05 22:1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26일 열린 K리그 선발팀(팀 K리그)과 유벤투스(이탈리아) 친선 경기에서 계약 조항과 달리 결장해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남용희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26일 열린 K리그 선발팀(팀 K리그)과 유벤투스(이탈리아) 친선 경기에서 계약 조항과 달리 결장해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남용희 기자

법조계 "사기보다 '채무불이행'…팬들 기만에 경고 의미"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 유벤투스 FC)가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지난 26일 열린 K리그 선발팀(팀 K리그)과 이탈리아 축구구단 유벤투스 친선 경기에서 45분 이상 출장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을 어기고 결장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의 오석현 변호사는 경기를 주최한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호날두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해 사건은 수서경찰서로 배당됐다. 과연 호날두는 처벌을 받게 될까.

전문가들은 더페스타에게 허위‧과장광고 배상 책임, 호날두 측에는 채무불이행 위약금 등을 물릴 수 있겠지만 사기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직전 일정이었던 중국에서 풀타임을 뛰었지만 K리그와의 경기에서는 몸도 풀지 않은 호날두의 태도에 대한 경고성 의미라는 분석도 나왔다.

주최사 더페스타는 호날두가 포함된 엔트리 명단과 원본 공개가 어려운 계약서 내용까지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더페스타에 따르면 유벤투스와 체결한 계약서에는 호날두가 최소 45분간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내용, 호날두가 훈련‧경기 중 부상을 당한 경우 출전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오 변호사는 더페스타는 호날두의 결장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6만 5000명에 달하는 티켓 구매자에게 별도의 설명 없이 약 6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갈취했다는 것이다. 유벤투스와 호날두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호날두의 플레이를 보러 온 정황이 확실한데도 이를 방관해 사기 혐의에 가담한 정도가 크다고 봤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죄다. 오 변호사는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호날두 본인이 한국 팬들에게 최소 45분 플레이를 하겠다고 기망해 수십 억대 티켓 값을 벌어들인 점에서 사기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페스타가 계약을 체결할 당시 호날두의 출전 의지가 확실했는지가 불투명해 사기죄 적용은 쉽지 않다. 호날두가 계약을 체결할 때는 출전할 의향이 있었지만, 당일에 특별한 사유로 결장했다고 주장하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 힘들다.

강태근 법률사무소 신록 변호사는 "호날두가 처음부터 경기에 출전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적어도 호날두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라며 "단순 채무불이행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역시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호날두의 동선으로는 사기죄 적용에 가장 중요한 고의성은 없어 보인다. 선수 본인이 불가항력적 이유로 갑자기 결장하게 됐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분석했다.

호날두는 27일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에 집에 돌아와서 좋다는 문구와 함께 러닝머신에서 뛰는 영상을 올려 한국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호날두는 27일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에 "집에 돌아와서 좋다"는 문구와 함께 러닝머신에서 뛰는 영상을 올려 한국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호날두와 함께 피소된 더페스타 역시 사기죄로 처벌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28일 로빈 장 더페스타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후반전 10분이 지나서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구단 부회장에게 직접 찾아가 항의했으나 "우리도 호날두를 출전시키고 싶은데 그가 원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었다. 강 변호사는 "미필적 고의로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는 있다"면서도 "더페스타 역시 호날두가 결정하면 어떤 파장이 있을지 충분히 이해하고 (호날두가 출전하도록) 노력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장 대표는 해당 인터뷰에서 구단 관계자와 “우리(구단 관계자들)도 호날두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부회장도 관계자들도 다 그렇게 말한다”고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주최사 측에서 돈을 벌려고 관중을 속였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실제로 유벤투스 측은 조만간 한국을 재방문해 위약금을 지급하고 공식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존 광고와 달리 호날두의 출전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선수 본인이 책임을 완전히 씻기란 어렵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더페스타에서 호날두의 출전을 염두에 두고 광고해 관객을 모은 점, 내부 사정이야 어찌 됐든 호날두의 결장을 공지하지 않은 점 등에서 허위‧과장광고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페스타는 26일 경기 당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전광판에 광고로 내보낸 혐의로도 고발당했다. 장 대표는 "해외에서는 합법적인 도박 사이트였고 영어로만 홍보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변명했지만, 한국에서 불법인 광고를 국내 경기장에 내보냈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다.

유벤투스와 호날두는 최소 45분 출전이라는 계약 조항을 어겼기 때문에 민법상 채무불이행으로 위약금을 물 수 있다. 훈련‧경기 도중 선수가 부상을 당할 경우 출전하지 않는다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만, 26일 경기에서 호날두는 훈련과 경기에 일절 나서지 않았다. 추후 호날두가 부상이 있었다고 주장해도 계약서에 기재된 '훈련‧경기 중' 다쳤다고 보기 힘들다. 조끼까지 입고 벤치를 지켰기 때문에 사기죄 적용이 어려웠다면, 반대로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잔디밭 한 번 밟지 않은 것이 입증돼 채무불이행 성립은 가능하다.

기소와 처벌까지 갈 확률은 희박하지만,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중죄에 해당하는 사기죄로 고발한 그 자체에 의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 변호사는 "죄의 적용과 별개로 수만 명에 달하는 팬들의 마음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상징적 의미도 엿보인다"고 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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