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 제보자는 직장을 잃었다
입력: 2019.07.25 00:01 / 수정: 2019.07.25 00:01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괴물의 한 장면/더팩트DB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괴물'의 한 장면/더팩트DB

공익신고자 보호방안 토론회…"비실명 신고기관 확대·신고자 보호해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로 더욱 잘 알려진 주한미군의 한강 독극물 무단 방류사건은 공익신고자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폐쇄적인 군부대 기밀사항을 공익을 위해 폭로한 제보자의 용기는 합당한 보답을 받았을까. 한국계 미국인 A씨는 주한미군 군무원이었다. 그의 용기 덕분에 2000년 한국에 주둔 중인 미8군은 영안실에서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와 메탄올 성분이 든 시체방부처리용 용액 20박스를 하수구를 통해 무단방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8군사령관은 독극물 방류를 시인하고 공식 사과를 했으나, 제보자 A씨는 이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공익신고자 보호의 허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이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공익신고자 보호 체제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24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익신고자 보호,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민성심 국민권익위원회 심사보호국장은 공익신고자의 비실명성을 보장하는 기관이 권익위로 한정된 것에 유감을 표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공익신고 방안으로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를 도입했는데, 민 국장에 따르면 현재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기관은 권익위가 유일하다.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는 공익신고자가 신고서에 본인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대리인인 변호사의 이름만 밝혀 공익신고를 하는 제도다.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이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민 국장은 "익명신고의 전면적인 허용은 허위신고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비실명 대리신고기관은 오로지 권익위로 한정돼 있다. 제보를 하고 싶어도 선택권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익 신고 활성화하기 위해 권익위로 제한된 비실명 기관을 전체 공익신고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신고자의 보호 강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안종훈 내부제보실천운동 운영위원 역시 "공익신고에 대한 시민 의식은 성숙하지만 한국의 공익 신고자 보호 제도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안 위원은 2012~2015년 공금 횡령 및 금품수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 선고 받고도 계속 근무한 학교 행정실장, 이를 비호한 학교법인 이사장의 부패행위를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한 공익신고자 당사자이기도 하다. 안 위원은 "2012년 처음으로 공익신고를 위한 민원을 넣은 후, 교내 제보자 색출을 위한 악의적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안 위원에 따르면 권익위와 교육청에 민원인 보호 요청을 넣었지만 형식적 답변만 들었고, 결국 학교장 지시사항 형식으로 신분이 노출됐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발전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제공) /뉴시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발전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제공) /뉴시스

또 다른 토론자 이충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최근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클럽 버닝썬사건을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의 좋은 예로 들었다. 이 대변인은 "최근 방정현 변호사가 지원한 공익신고자 덕분에 권익위는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을 알 수 있었다. 권익위는 경찰이 연루된 점을 고려해 검찰로 해당 사건을 이첩해 세상에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발제자와 토론자가 강조한 기관 확대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대변인은 "비실명 대리신고가 안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 확대는 신원 노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안 위원은 "공익신고자의 신분 노출 및 유출 방지는 가장 1차원적인 보호 단계다.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며 "현 제도상 공익신고 대리자를 변호사에만 국한했는데,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등 대리인 자격을 확대해 폭넓은 신고를 독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신고자 신분을 노출한 처벌을 현행법보다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지만, 신고자가 불이익을 겪어도 위원회의 사실관계 조사와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취지다.

역시 토론자로 참석한 이주희 청주대학교 융합실무법학전공 교수는 "기관 확대와 신원 노출의 가능성이 비례해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의 장정만 믿고 모든 기관에 확대할 경우 제도의 본래 취지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교수는 "신원 노출을 막을 수 있는 제한적 범위에 한해 신고기관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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