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김경수의 히든카드는 '구글 타임라인'
입력: 2019.07.19 00:01 / 수정: 2019.07.19 07:15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항소심에서 댓글조작 공모 혐의 벗어날 증거로 제시

[더팩트ㅣ서울고법=송주원 인턴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보좌관은 극과 극이었다. 한 사람은 구글 타임라인으로 김 지사의 결백을 입증하려 했고 한 사람은 워드 작업 정도밖에 못 하는 '문과' 출신이라 댓글 조작 프로그램 자체를 모른다고 항변했다.

18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기일에는 김 지사의 국회의원 생활을 보좌했던 2명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증인은 김지사의 전 수행비서 김모 씨와 전 보좌관 한모 씨였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은 수행비서 김씨가 김 지사와 공유한 구글 타임라인을 제시하며 1시간가량 시연을 지켜봤다는 1심의 판단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구글 타임라인은 휴대전화에 장착된 위치추적시스템을 이용해 시간별 위치기록을 저장하는 서비스다.

이 타임라인 데이터에 따르면 김 지사는 당일 오후 7시 1분께 경공모 사무실에 도착했고, 김씨는 오후 9시 14분에 김 지사를 태우고 귀가했다. 김 지사 측은 그곳에서 1시간 동안 식사를 한 뒤 1시간 동안 경공모를 설명하는 브리핑만 듣고 떠났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드루킹의 진술을 토대로 김 지사가 6시30분 도착해 저녁을 먹지않고 1시간 동안 경공모의 브리핑을 들은 뒤 8시 7~23분 드루킹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을 보고 개발을 지시했다는 입장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씨는 "타임라인에 적힌 대로 김 지사를 수행했다"며 "사무실에 함께 들어가지는 않았다. 김 지사를 내려주고 근처 음식점에서 막국수를 먹었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오후 7시 23분께 음식점에서 막국수 값을 지불한 내역도 제시됐다.

검찰은 "타임라인이 김 지사 것이 아니라 정확하지 않다"며 "변호인 주장에 따르더라도 킹크랩 시연 장면을 볼 시간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의 대학 3년 후배인 한씨는 경제적공진화모임(이하 '경공모') 회원을 포함해 각종 민원에 대응하는 공보 업무를 했다. 특히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조작이 이뤄진 경공모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고 인사청탁 비용으로 500만원을 받은 핵심증인이다.

한씨는 드루킹과 몇 번 만나기는 했지만 대부분 끈질긴 만남 요구에 마지못해 응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씨는 "(드루킹의 만남 제안을) 두세 번 거절하면 아예 저희 집 근처 식당을 예약했다며 찾아와 만나게 됐다"며 "다른 경공모 회원과는 자녀 교육 이야기를 했는데 드루킹만 일방적으로 정치적 이야기를 늘어놨다"고 말했다. 한씨에 따르면 드루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에 대해 평가했다. 또 "경제 민주화를 위해 삼성과 네이버의 경영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둔 2017년 2월 17일 한씨는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경공모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다. 경공모 사무실은 총 3층 규모로, 경공모 회원은 이곳 2층에서 댓글조작 행위를 한 혐의로 입건됐다. 한씨는 "사무실을 구경하고 2층에서 식사를 했다"며 "1층은 비누와 느릅차를 만드는 공장이었고 2층과 3층은 사무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층 홀에 있었던 테이블은 차를 마실 용도로 만들어진 티테이블 형태였고, 3층에 있던 조립형 장난감이 신기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경공모 회원이 불법적으로 댓글 추천수를 조작하는 행위는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 씨가 2018년 10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 씨가 2018년 10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검찰은 당시 사무실 풍경을 층별로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점, 범행이 일어난 2층에서 식사를 한 점을 들며 어떻게 범행 장면만 목격하지 못했는지 신문했다. 검찰이 실내 인테리어와 한씨의 동선을 하나하나 물어보자 증인은 "특검조사 때가 생각난다"고 넌더리를 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와 경공모 회원은 2층 사무실 컴퓨터 화면에 킹크랩과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띄워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씨는 "전혀 그런 광경을 본 바가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 "보통 사무실에 초대하면 실내를 둘러본 후 외식을 하는데, 비누만 몇 개 주고 식사도 사무실에서 대접받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드루킹이 댓글조작 혐의로 체포된 후에야 킹크랩의 전말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한씨는 "드루킹이 '선플(좋은 댓글)운동을 하나보다' 정도로 생각했다"며 "킹크랩이 매크로 프로그램이라는데 지금도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제가 문과 출신이라 잘 모른다. 간단한 워드 작업만 겨우 한다"고 덧붙였다.

2017년 9월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와 윤모 변호사를 각각 주 일본대사, 청와대 행정관 자리에 앉히는 조건으로 5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부인했다. 한씨는 "청와대 인사 시스템 특성상 제가 추천한다고 해도 (인사 임명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드루킹이 건넨 돈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제 형편이 워낙 어려우니 지인으로서 도와준 줄 알았다. 늘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검찰은 "한씨가 마치 김 지사의 대변인인 양 드루킹에게 권한 행사를 했다"고 기재된 김 지사의 보석사유서를 실물화상기에 띄웠다. 순간 변호인단은 술렁이며 마이크도 켜지 않은 채 재판부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재판에서 김 지사는 약 4시간에 걸친 증인신문을 지켜볼 뿐 별다른 발언은 없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경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회원들의 킹크랩 시연 장면을 지켜봤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오후 8시경 네이버 아이디 3개가 반복적으로 특정 댓글을 추천한 로그기록, 오후 7시에 저녁 식사를 한 후 1시간 동안 '킹크랩 브리핑'을 했다는 드루킹의 진술을 근거로 혐의를 확실시 했다.

다음 재판은 25일 열릴 예정이다.

ilraoh_@tf.co.kr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