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삼엄한 법정의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억울하다"
입력: 2019.07.17 00:01 / 수정: 2019.07.17 00:41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30)이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고개를 숙인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30)이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고개를 숙인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5명 모두 혐의 일부 부인…"강압적 성관계 없었다"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인턴기자] 2015~2016년에 걸쳐 심신미약 상태의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이를 촬영해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 멤버 5명이 정식 재판 절차에 들어섰다. 준비기일이 아닌 정식 공판기일인 만큼 가수 정준영(30)과 최종훈(29)을 비롯해 클럽 버닝썬 직원 등 3명의 피고인 5명 모두 출석했다. 이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준강간 등 일부 혐의는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16일 오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특수준강간) 등 혐의를 받는 정씨와 최씨, 전 버닝썬 직원 김모 씨, 허모 씨, 권모 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준비기일과 달리 이날 공판은 사전에 방청권을 배부하고, 방청권을 받은 사람에 한해 법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인 만큼 무더운 날씨에도 중법정을 가득 메울 만큼의 인파가 몰렸다. 보안 역시 삼엄했다. 방청객은 법정에 들어서기에 앞서 까다로운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했다. 엑스레이 검색대에 짐을 올리고 금속 탐지기 검사도 별도로 실시했다. 엑스레이 상에 문제가 없어도 직접 가방을 열고 위험 소지가 있는 물건은 압수했다. 통상적으로 간단한 엑스레이 검사에 그치는 평소 분위기에 비하면 매우 엄격한 편이다. 한 취재진은 가방 속 파우치까지 열어 30ml의 소량 향수까지 놓고 가야 했다. 삼엄한 경비는 피해자 측 변호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관계자는 막 들어선 피해자 측 변호사에게 방청권을 요구하며 제지했다. 변호사는 "피해자 변호사도 방청권이 필요하냐"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피해자의 불법영상물을 상습적으로 전달하고 공유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멤버였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씨와 김씨는 2차례에 걸쳐 열린 준비기일에 출석했고, 사건이 병합된 후 열린 2차 준비기일에는 최씨와 허씨도 함께 출석했다. 당시 불출석한 권씨도 이날 재판에는 정장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수의를 입은 피고인은 김씨가 유일했다. 지난 준비기일에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던 최씨를 비롯한 피고인 5명은 무덤덤한 태도로 첫 재판에 임했다. 늘어난 인파와 강화된 보안으로 어수선한 방청객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기소한 공소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시, 같은 해 3월 대구광역시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두고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으며 당시 피해자는 심신미약 상태도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첫 준비기일 때 시인한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혐의는 그대로 인정했다. 정씨와 함께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최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 최씨는 피해자와 성관계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재판부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을 못하는 것이냐"고 반문하자 "설사 성관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등을 볼 때 성폭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거듭 부인했다.

버닝썬 직원이었던 나머지 피고인 3명도 범행을 부인했다. 버닝썬 직원 김씨 측 변호인은 "2016년 1월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은 있으나 3월 집단 성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했다. 권씨 측 변호인은 당시 피해자는 항거불능 상태는 아니었고, 불법촬영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로 알려진 허씨 측 변호인은 "허씨는 두고 온 짐을 가지러 범행 장소에 갔을 뿐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김씨를 말리기도 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 5명이 직접 혐의에 대해 진술할 기회가 주어졌다. 선착순 입장과 소지품 검사 등 험난한 과정을 뚫고 들어온 방청객 앞에서 입을 뗀 이들의 진술은 각각 2~3마디에 그쳐 싱겁게 끝났다. 가장 먼저 진술의 기회를 얻은 김씨는 "피해자에게 죄송하다. 변호인의 입장과 같다"고 말했다. 정씨 역시 변호인과 같은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처음으로 피고인석에 선 권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반성, 또 반성하겠다"고 했다. 최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사과했지만 혐의에 대해서는 "강압적으로 간음하거나 공모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공소사실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9일을 2차 공판기일로 잡고 첫 피해자 증인신문을 이어간다. 이들이 성범죄를 저지른 피해자는 총 5명으로 특정됐으며, 다음 공판에는 최씨와 권씨, 김씨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성범죄 사건임을 고려해 사건 당사자가 아닌 나머지 피고인 2명과는 분리된 상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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