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윤석열과 천성관·김태호는 다르다
입력: 2019.07.12 05:00 / 수정: 2019.07.12 05:00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후보자(후보자 윤석열)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후보자(후보자 윤석열)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위증 시비'로 과거 사례 거론…무리한 기계적 비교 지적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야당의 청문회 위증 공세를 받으면서 잊혀졌던 이름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정성근 전 아리랑TV 사장이다. 세 사람은 고위 공직에 도전했다가 위증 시비에 부닥쳤고 결국 청문회 벽을 넘지 못 한 교집합이 있다. 다만 윤석열 후보자와 동일선상에서 거론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기계적 비교라는 지적도 나온다.

천성관 전 지검장은 2003년 검찰총장 후보 청문회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유일하게 낙마한 인물이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2009년 검사장에서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곧장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검사인데다 이명박 정부 초기 파문이 컸던 용산참사, PD수첩 광우병편 사건의 수사를 지휘해 내정 발표 때부터 야당의 반감을 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라는 조건도 있었다. 청문회 과정에서는 건설업자 박 모 씨가 스폰서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비롯해 아들 병역비리, 위장전입, 자녀 호화 결혼식, 부인의 명품 쇼핑 등 무더기로 의혹이 쏟아졌다. 이를 천 전 지검장도 설득력 있게 해명하지 못 하면서 ‘의혹 백화점’이라는 비난을 샀다. 보수매체조차 ‘미스터리맨’이라고 평가하며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게다가 스폰서로 지목된 박 모 씨와 동반 골프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부인하다 거짓말이 확인되면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과 검찰 내 여론까지 돌아섰다. 결국 청문회 다음날 후보 자진사퇴의 길을 택했다.

2009년 7월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낙마한 뒤 사표를 낸 천성관 서울지검장이 17일 오전 퇴임식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2009년 7월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낙마한 뒤 사표를 낸 천성관 서울지검장이 17일 오전 퇴임식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끝까지 경합했던 김태호 전 지사에게도 쓰라린 기억이 있다. 김 전 지사는 2010년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 후보에 지명되면서 ‘40대 총리’ 탄생 가능성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을 이을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정치자금 10억원 불법 대출, 자녀 증여세 탈루, 부인의 관용차 전용 시비 등에 부딪히고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 해 고전했다. 대부분 의혹이 공소시효가 남아있는데다 박 전 회장과 만난 시점을 거듭 번복하면서 민심이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시기 내정됐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는 다수의 위장전입,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부적격 판정이 우세해지자 김 전 지사는 "대통령에 누가 되지 않겠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기자 출신인 정성근 전 아리랑TV 사장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SNS 막말 전력으로 타격을 입었고 양도세 탈루 의혹을 놓고 위증 시비도 일었다. 청문회 정회 도중 폭탄주 회식을 했다는 구설도 뒤따랐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팽배한 우려 목소리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분위기였으나 야당의 추가 의혹 폭로가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돌 즈음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2010년 8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집무실 로비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2010년 8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집무실 로비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후보자는 실정법 위반 판단에 다툼이 있는 ‘변호사 소개’ 문제로 야당에서 위증 시비가 나온다. 위증이 맞는지도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그밖에는 별다른 쟁점이 없는 상황이다. 윤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직자 인사검증 7대 원칙’에도 해당사항이 없다. 청문회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무혐의 처리 의혹에 윤 후보자가 얽힌 정황은 잡히지 않았다. 청문회 전에는 장모가 얽힌 사기 사건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이를 처음 제기했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연결고리를 찾지 못 했다"며 넘어갔다. 무수한 의혹 제기와 부실한 해명, 위증이 더해져 '불가 여론'이 지배적이었던 천성관·김태호·정성근 사례와는 차이가 뚜렷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인사청문회법 등에 따라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5일까지 송부해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보고서 채택 시한은 지난 9일이었다. 이번에도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임명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의 임기는 24일까지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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