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윤석열은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을까
입력: 2019.07.10 05:00 / 수정: 2019.07.10 08:28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청문회 증언은 팩트"…7년 전 인터뷰서는 왜 그랬나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박영수 특검 활약 이후 거침없이 직진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윤우진 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보면 윤 후보자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핵심은 윤 후보자가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느냐다. 7년 전 인터뷰한 기자에게 했느냐,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에게 했느냐. 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윤우진 의혹’의 주요 등장인물은 4명이지만 관계가 조금 복잡하다. 친형제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이남석 변호사, 그리고 윤 후보자다. 윤 후보자와 윤 국장은 형제 버금가게 가까운 사이다. 이남석 변호사는 검사 시절 윤 국장의 직속 후배이자 윤 후보자와도 일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2012년 육류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해외도피에 인터폴 수배까지 떨어졌다가 8개월 만에 강제 송환됐는데 무혐의 처리돼 의혹을 키웠다. 경찰이 영장을 7번 신청했는데 1번 만 발부가 됐다. 검사 친동생인 윤 국장이 뒤를 봐줬다는 의심이 나왔다.

처음 관심은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구해줬는지에 쏠렸다. 변호사법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해줬더라도 ‘직무상 관련성’ '기관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어 변호사법 위반은 아니라는 의견이 약간 우세하다. 불법이 맞더라도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 경우 해당되는 변호사법 조항은 제 36, 37조인데 공소시효가 각각 5년, 1년이다.

오전 질의가 끝난 뒤 회의실 나서는 윤석열 후보자
오전 질의가 끝난 뒤 회의실 나서는 윤석열 후보자

사실상 문제는 ‘거짓말’이다. 2012년 언론 인터뷰 때 말과 청문회에서 말이 달랐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어느 쪽이 거짓말이냐가 관건이다.

일단 당사자인 윤 후보자, 윤 국장, 이 변호사 모두 일관되게 윤 후보가 변호사 선임을 알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 국장이 친형(윤우진)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데 증언이 일치한다. 윤 후보자가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물증은 문자메시지였다. 이 변호사가 윤우진 전 서장에게 보낸 메시지가 '윤석열 부장이 소개해서 연락했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당시 경찰 수사팀 증언으로 '윤과장이 소개해서 연락했다'가 정확한 내용이었고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없었다는 게 확인됐다. 당시는 윤석열, 윤대진 모두 부장검사이자 과장이었는데 세 사람은 문자 속의 과장은 윤대진이었다고 지목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뒤집을 증거가 없다면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논란은 2012년 윤 후보가 주간동아와 했던 인터뷰다. 여기서는 "내가 윤대진 모르게 윤 전 서장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청문회 답변과 다르다. 다만 윤 후보와 윤 국장은 "윤대진을 보호하기 위해서"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해명한다. 지난 9일 새벽 청문회에서 인터뷰 녹음파일이 공개된 뒤 정회 시간에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윤 후보자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제가 대진이를 보호하기 위해 저렇게 말했을 수는 있는데 사실은 이남석이 대진이 말을 듣고 했다는 거거든요."

윤 국장도 "윤 후보자가 나를 보호하려고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말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2012년 당시 윤 국장은 친형 사건 때문에 안팎의 의심을 받아 사표를 낼까 고민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던 걸로 알려졌다. 특히 윤 국장이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이철규 경기경찰청장을 구속기소한 뒤 경찰이 벼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서초동에 파다했다고 한다. 또 법조계에서는 유별난 보스 기질, 식구 챙기기에 달변가인 윤 후보자의 스타일 상 이런저런 언론 취재에 응하면서 ‘말이 말을 낳았을’ 가능성도 높게 본다.

변호사 소개는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이 무혐의 처리되는데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훨씬 본질적이다. 이는 근거가 더 희박하다. 당시 윤우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맡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윤 후보자는 그 기간 대검찰청 중수부~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 부장이었다. 수사 지휘 라인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 사건은 당시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됐다. 2013년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연달아 반려되는 등 윤우진 사건 처리에 검찰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를 했다. 당시 답변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검찰의 가족이라고 도와주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명자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의혹의 소지가 없게 수사하도록 지도하겠습니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며 노승권 1차장, 이정회 2차장, 이동열 3차장과 인사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며 노승권 1차장, 이정회 2차장, 이동열 3차장과 인사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검찰과 불편했던 경찰도 윤 후보자와 윤우진 사건의 연관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장우성 성북경찰서장(당시 수사팀장)은 "당시 윤석열 검사와 접점은 발견하지 못 했다. 윤우진의 친동생이 부장검사(윤대진)라 영장이 자꾸 기각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에게 암초가 된 인터뷰 녹음파일은 반대로 면죄부도 된다. 그가 윤우진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보이기 때문이다. 녹음파일의 한 대목이다.

"윤우진 씨는 ‘경찰 수사가 좀 너무 과하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아마 내가 그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 부서에 얘기를 해줬으면 하고 기대하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그건 우리가 할 수가 없잖아요.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선 변호사 보고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봐라 (얘기했다.)"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윤 후보자 사퇴를 주장하지만 검찰총장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야당이 윤 후보자의 위증을 거론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법 상 위증은 처벌 조항이 없다. 또 다른 의혹이 나오지 않는다면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현재까지 나온 정황을 종합하면 윤석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한 증언은 위증이 아닌 팩트로 보인다"라며 "처음부터 2012년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으면 의혹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임명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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