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이찬희(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검찰공화국' VS '공안 연상'…국민 권익 보호에는 공감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8일 오전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윤석열(59) 검찰총장 후보 청문회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다. 10시간이 넘게 진행된 윤 후보의 청문회는 주어진 쟁점 대부분에 뾰족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그러나 윤 후보가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지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관심은 꺼지지 않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 토론회에 참석한 양측 전문가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검경계 어벤져스'라고 소개한 만큼 수사지휘권 분리 등 중대한 사안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은 어디까지나 국민 권익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경찰 측의 초점은 수사권 독점에 따른 검찰권 남용이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의 1차 수사개시권과 종결권 보장을 담고 있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검‧경 수사구조 문제의 핵심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으로 봤다. 서 교수는 "수사단계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검찰을 보며 한국이 '검찰공화국'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권 남용과 부정부패 등 폐단 발생에도 견제 및 감시가 불가능한 사회"라고 꼬집었다. 검찰 수사 중 발생하는 인권침해 역시 수사권 조정으로 해소된다고 봤다. 서 교수에 따르면 2010~2014년 검찰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한 피조사자는 108명에 달한다. 서 교수는 "검찰이 피조사자를 극한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수사를 자행한 반증"이라며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은 스스로 주장하는 인권옹호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 단장이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주원 인턴기자 |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 단장도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비판하며 서 교수 의견에 힘을 보탰다. 다른 토론자들이 자리에 앉아 방청석을 응시하며 의견을 개진한데 비해 이 단장은 따로 준비해 온 검‧경 수사권 도표를 가리키며 비대한 검찰권을 지적했다. 이 단장은 "비대한 검찰권으로 사실상 검찰이 모든 사건을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찰이 검사 요구에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또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이 인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단장은 "경찰이 수사를 책임지면 국민에 대한 책임 역시 증대된다"며 "무엇이 시민의 삶에 현실적으로 도움될지 생각해보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의 의견도 팽팽했다.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은 2018년 한 남성이 폐지 줍는 일을 하는 노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상해치사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추가 수사 후 살인죄로 기소했다. 김 단장은 "검찰의 CCTV, 휴대전화 수사 등을 통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강력한 권한을 바탕으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찬성 측 의견에는 "그렇게 따지면 경찰 역시 치안과 보안부터 경비, 교통까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정보수집권까지 가진 경찰을 보면 중국 공안이 떠오른다"고 했다. 김 단장은 "중국에서 한국 경찰 제도를 보고 표절이라 할까 겁난다"고 꼬집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반대 측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정승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중대 사안이 정치적 성향에 따른 진영 논리로 번지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 정 교수는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에 갇혀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가가 깊이 논의되지 못했다"며 "검찰권에 의한 권력형 범죄 근절이 이번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 목표"라고 바로잡았다. 그러면서 "현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 대한 검찰의 권한만 축소해 (검찰의 권력형 범죄 근절이라는) 의의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수사권 조정을 논할 때마다 나오는 '검찰 갑질'에 대해서도 실제 검찰 업무환경과 동떨어진 비판으로 봤다. 정 교수는 "검찰은 영장 청구, 기소 전에 보완 차원에서 경찰에게 확인할 뿐 일방적으로 감시하는 그런 위치가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이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주원 인턴기자 |
토론회는 3시간이 넘게 진행됐지만 토론자들의 냉철한 현안 분석과 입담이 더해져 내내 밝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김 단장이 현 조정안에 검찰의 수사지휘 조항이 빠진 것을 지적하며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 사건을 언급하자 이 단장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박 열사 유족을 방문해 사과한 것은 아시냐"고 일침에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장시간 날선 공방을 펼친 양측이지만 검찰과 경찰이 나아가야할 길에 국민이 빠져서는 안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질의응답 시간을 빌어 한 방청객이 평소 경험한 경찰의 근무태만 자세를 질타하자 이 단장은 "한 명의 경찰관으로서 가슴 아프다"며 "국민 인권 보호에 무엇이 가장 선진적인 제도일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답했다. 김 단장 역시 권한을 다투기에 앞서 수사권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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