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인은 묘연·가족신상은 '개인정보'…'정책 청문회 역설' 전망도[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개혁을 놓고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더 큰 여운만 남겼다. 야당이 벼르는 자신과 가족 신상 문제는 법리를 들어 철통방어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는 정정보도 청구로 맞섰다. 야당은 '선수'를 투입하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결정적 한방은 보이지 않는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검찰총장 청문회의 분위기다.
윤 후보자는 8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청문위원이 보낸 서면 질의 중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대해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며,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윤 후보자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형사사법시스템은 국민의 권익과 직결되어 한치의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된다. 형사법집행에 관한 검찰의 전문성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오로지 국민의 관점에서 국회 논의 과정에 충실한 의견을 드리겠다"며 즉답을 유보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윤 후보자가 직접 청문회장에서 진의를 명확하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수처에 대해서는 "제도 개편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부정부패 대응 능력의 총량이 지금보다 약화되어서는 안 되고, 공직자범죄 수사처 설치논의도 그러한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며 현 공수처안이 보완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데 대해선 "전체 형사사법 체계를 조망해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재판 장기화 등의 부작용도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다만 검찰의 기소권 독점에 대해선 "기소권한을 적정하게 분산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후보자는 6월 17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 일주일이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 10여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검찰 내부 분위기를 수렴한 바 있다.
윤 후보자의 총장 지명으로 검찰이 좌편향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주장에는 "검찰총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검사들의 정당한 소신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검찰총장의 진정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직전 배우자의 전시회 협찬사가 4배로 늘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를 두고 "객관적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정정보도 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전시회 협찬은 모두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일(13일) 이전에 완료됐다는 설명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를 집중 검증하겠다고 예고한 한국당은 일단 고삐를 죄고있다. 4일 김진태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교체투입한 데 이어, 5일에는 의원직을 상실한 이완영 전 의원의 공석에 검사 출인이자 황교안 대표의 측근인 정점식 의원을 사보임하기로 민주당과 합의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주광덕 의원은 5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자 가족관련 의혹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선제공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후보자 장모 최 씨 관련 판결문 3건을 분석한 결과 범죄 혐의가 명백했다. 하지만 최 씨는 한 번도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다"며 "수신제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런 의혹을 초래한 윤 후보자는 사퇴하고, 그렇게 떳떳하면 장모에 대한 3건을 당장 재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또 "배우자의 대학 관련 자료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지 않는 깜깜이 청문회"라며 "청문회날 자료제출 거부와 증인 도피 문제를 엄중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주광덕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윤 전 서장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윤 국장은 윤 후보자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윤 씨가 당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던 윤 후보자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현행법은 현직 판·검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하는 사건이나 직무상 관련 있는 사건 등의 수임에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 의원은 "윤 씨가 2013년 육류 수입업자 등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수사 초동 단계에서 장기 해외도피했고, 강제송환 됐는데도 22개월 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친동생이 부장검사로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근무하기 때문에 부당.불법적인 수사를 받을 위험이 없음에도 해외로 도피한 것은 분명 큰 죄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야당이 요구한 증인 5명 중 3명의 행방이 오리무중인 것에 대해 "윤 씨의 해외 도피가 확실시되고, 대검 중수부 출신 변호사 등 2명의 증인까지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3일 국회 공보를 통해 3명 증인에 대한 출석 요구서를 공시송달했다"고 밝혔다. 공시송달이란 당사자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관보나 신문 등에 게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윤 후보자는 "윤 전 서장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후배 검사의 친형"이라며 "윤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준 사실도 없고,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도 없다"고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을 일축했다.
윤 후보자는 본인의 초.중고 및 대학.대학원 입학 및 졸업연도, 석사학위 논문을 제외한 국회가 요구한 대부분의 자료를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요구한 자신의 생활기록부 및 신체 검사 자료 뿐 아니라 배우자 및 장모와 관련된 자료 체줄 일절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자인 김건희 씨는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화예술최고경영자과정을 이수했지만 그 이전 학력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윤 부호자는 장모의 토지 및 건물 등기부 등본도 "후보자와 관계없는 사항"이라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윤 후보 인사청문회 준비단측은 "국회법과 개인정보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국회는 공직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필요한 자료를 국가기관에 요구할 수 있지만, 후보자와 가족들이 개인정보를 이유로 제출을 거부할 경우 해당 자료들을 요구할 별다른 방법이 없다.

정치권 밖에서는 벌써 총장 취임 후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 시민단체들은 5일 대법원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자를 향해 "김학의.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이 온 국민이 아는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인사청문회 증인 5명 중 3명은 행방조차 모르는데다, 윤 후보자가 배우자와 장모뿐 아니라 본인 관련 자료도 개인정보보호법 등 원칙에 따라 제출함에 따라 8일 윤 후보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맹탕' 청문회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의 원리.원칙주의 덕분에 그동안 신상털이식의 인신공격성 청문회를 벗어나 후보자에 대한 정책능력과 전문성을 검증하는 진정한 의미의 인사청문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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