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삼성 임직원 한 목소리 "다스에 돈 줬다"
입력: 2019.07.04 05:00 / 수정: 2019.07.04 07:58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폐렴 입원' MB, 마스크 쓰고 공판 참석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최근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자마자 본인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검찰이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 제보로 확보한 인보이스(invoice, 거래명세서)를 바탕으로 뇌물죄에 51억 원을 추가한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 후 첫 공판이었다. 애초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 막바지에 이르러 신원불상의 제보자에게 받은 증거자료의 적법성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다스(DAS)가 삼성으로부터 법인세를 받았다고 의심되는 시기에 근무한 삼성전자 임직원 3명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웠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3일 오후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기일은 늘 그렇듯 북적였다. 이날 재판은 신문이 예정된 증인만 3명이라 공판이 열리는 중법정은 늘어난 인파로 후끈했다.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다 전날 퇴원한 이 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부에 양해를 구하고 약 4시간에 걸친 재판 내내 한 번도 벗지 않았다.

증인신문 첫 주자는 2005년 삼성전자 미국 법인(이하 SEA)으로 파견돼 2011년까지 주재원으로 근무한 오 모씨였다. 오씨는 SEA에서 근무한 첫 해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당시 회장실 실장)의 지시"라며 문제의 인보이스를 받았다. 다스 미국소송을 맡은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 로고가 우측 상단에 크게 박힌 명세서였다. 10년을 훌쩍 넘긴 일인 만큼 오씨는 거래내역과 전달받은 횟수를 상세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간략한 형식으로 쓰인 해당 문건에서 다스라는 회사명을 본 건 확실하다고 못 박았다. 오씨의 말이다.

"10년 전 일이라 김 변호사로부터 명세서를 받은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스 이름을 본 건 확실하다. 당시에도 언론보도를 통해 이 전 대통령과 (다스의) 관련성은 알고 있었다. 해외에 있어 국내 뉴스에 둔감했고 조직 내 업무라 지시받은 대로 처리했다."

오씨는 김 변호사에게 인보이스를 최소 10회 이상 주기적으로 전달 받았으며 처음에는 밀봉된 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했지만 나중에는 봉투째 상부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사내 고위층인 이 전 부회장의 지시가 아니냐. 어떻게 별다른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있냐."(이 전 대통령 변호인)

"같은 조직에 오래 몸담았던 탓에 본사 지시를 기계적으로 따르는 습관이 있다."(오씨)

오씨가 보고한 상부는 당시 SEA 재무책임자(CFO)였던 민모 씨였다. 민씨 역시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민씨는 오씨에게 인보이스를 수차례 받아 처리했다고 진술했다. 민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인보이스에 다스가 적혀있는 걸 봤다"고 증언한 바 있다. 민씨는 "SEA 재직 당시 오씨가 '돈 나갈 일이 생겼다'며 인보이스를 건넸다"고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은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민씨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최근에야 알았다. 뉴스를 보던 중 10여 년 전 처리한 인보이스가 문득 떠올랐다"고 말했다.

마지막 증인은 민씨의 직속 부하직원 원모 씨였다. 원씨는 민씨로부터 인보이스를 전달받아 중간결재자 역할을 했다. 원씨 역시 "본사에서 이미 의사결정이 난 사안이라 별 생각 없이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미국 내 대형 로펌인 에이킨검프가 다스 미국소송 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소송도 수차례 담당한 사실을 꼬집었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본사 문제로 오간 인보이스를 착각한 것 아니냐."(이 전 대통령 변호인).

"삼성이 통상문제로 소송할 때 에이킨검프와 협업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스 법률자금을 댄) 인보이스와 금액 차이가 있다. 다스 쪽 금액이 조금 더 높았다."(원씨)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더팩트DB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더팩트DB

증인 3명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삼성 측이 다스 미국소송 법인세로 약 51억 원을 줬다는 의혹에 힘을 실었다. 검찰로서는 기존 67억 여원에서 119억여 원으로 늘어난 뇌물죄를 뒷받침할 결정적 진술을 확보한 셈이다. 변호인은 3번의 반대신문을 빌어 10여 년 전 문건에 다스가 적힌 사실을 확언할 수 있을지 신문했지만 세 증인은 증언을 뒤집지 않았다. 변호인은 증인신문이 끝난 후 "세 증인이 위증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애초 검찰이 제출한 인보이스도 사본에 불과해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 역시 검찰이 인보이스 사본만을 증거로 제출한 것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검찰은 인보이스 관련 제보 경위와 증거자료로서 진정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며 "신분을 밝히기 꺼리는 제보자 특성을 고려해 예측이 어려운 장소에서 소수의 검찰과 변호인만 신문하는 방식을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제보자는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인보이스를 받았으며, 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안인 만큼 신분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다.

공소장 변경으로 항소심 선고가 늦춰진 이 전 대통령의 속행공판은 4일과 17일 이어진다. 4일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증인신문, 17일은 이 전 부회장과 삼성전자 임원으로 근무한 최 모씨의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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