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 과거사 대국민 사과…"민주주의 과정"
입력: 2019.06.25 19:45 / 수정: 2019.06.25 19:45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발표를 한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발표를 한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권고를 수용한데 따른 것으로, 이날 문 총장은 검찰 수장으로서 부실수사와 인권침해 등 검찰의 과거 일부 사건 처리에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며 피해자와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문 총장은 25일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다 하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히는 것으로 지난 2년간의 임기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서 문 총장은 과거사위 활동 등은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위에서 선정된 개별 사건이 15건, 포괄적 사건 2분야가 결정됐고, 1년 6개월 조사가 있었다.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 민주주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총장으로서 매우 안타깝지만, 과거에 관한 문제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사과의 배경을 설명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3월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정문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기한 연장 및 철저한 용산참사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3월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정문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기한 연장 및 철저한 용산참사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문 총장은 용산참사 생존자가 지난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서도 "뉴스를 보고 매우 가슴이 아팠다"며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으나, 검찰 입장에서는 과거사위가 가동 중이어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산참사 사건 관련해선 당시 수사팀이 검찰과거사위 조사 결과에 반발하는 등 내부 논란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문 총장은 "내부에서 논의 중으로, 아직 어떤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고 밝히며 "임기가 29일 남았는데,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진 않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문 총장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두고 "김 전 차관 사건 자체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더 부끄러운 것은 1·2차 수사에서 왜 이것을 못 밝혔을까"라며 "이는 검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당시 검찰 수사가 부실했음을 인정했다. 다만 이들을 문책 하지 못하는 이유로 "법률상 문책 시효가 있는데, 현행 법상으로는 (문책할 수 있는)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사과했다. 문 총장은 "실체 접근을 위해서는 검사가 증거를 면밀히 살폈어야 했고, 증거의 연결성을 따져봤어야 했는데 이를 따져보지 않은 과오가 있다"며 매우 부끄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이 사건에 대한 형사책임 부분은 고소가 되어 있어 수사에 착수했으니 곧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직원이 25일 오전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검찰 과거사와 관련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 직원이 25일 오전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검찰 과거사와 관련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무일 총장은 과거사위 지난 활동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건을 100% 정리할 순 없겠지만, 100%를 완벽하지 못하다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국민적 지탄, 비난을 받아들여 더 나은 검찰로 나아가길 소망하고 기대한다"고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검찰은 과거사위가 재조사를 벌인 17건의 사건을 대검 청사 4층 역사관 내 전시물로 설치해 일반인에게도 공개할 계획이다. 2008년 개관 이후 7년 뒤 재개관한 역사관에는 1세대 검사로 알려진 이준 열사의 흉상을 비롯해 1980~1990년대 사용된 기계식 거짓말탐지기 등 검찰의 역사부터 검찰인의 삶과 정신, 그동안 검찰이 걸어온 자취 등을 한 눈에 볼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그런데 이 곳에 '검찰의 과거를 돌아보다'를 제목으로 한 과거사위 재조사 사건에 대한 조사 내용 및 검찰의 조치사항 등 검찰 오욕의 역사를 전시해 놓고, 더 나은 검찰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마음 속에 새기겠다는 취지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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