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한근 씨의 신분 세탁 과정과 정태수 전 회장의 해외도피 경로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해외 도피 21년 만에 중미 국가인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4차례 신분 세탁 과정과 정태수 전 회장 도피경로도 조사
[더팩트|이진하 기자] 회삿돈 320억 원을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다 잠적한 정한근(54) 한보그룹 전 부회장이 도피 21년 만에 붙잡혀 지난 22일 한국으로 송환됐다. 정 씨에 대해 검찰은 4차례 신분 세탁한 과정과 정태수 전 회장 도피 경로도 함께 조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대검찰청은 23일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은 정 씨가 국내에 거주하는 캐나다 시민권자 A 씨의 명의를 이용해 미국과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해 신분 세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정 씨와 A 씨는 고교 친구 사이로 보이며, 이름을 넘긴 A 씨는 이후 개명해 국내에서 줄곧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2011년 A 씨의 영문 이름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2017년 7월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에콰도르에 입국해 최근까지 거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공조로 이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지난 2월 에콰도르 대법원에 정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현지 대법원의 거절 의사로 정 씨 소환은 무산되는 듯했다.
그 후 2개월 뒤인 지난 18일, 검찰은 정 씨가 파나마를 경유해 미국 LA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이륙 1시간 전 에콰도르 내부무로부터 전달받았다.
검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파나마지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즉각 대응했고, 파나마에 도착한 정 씨는 곧바로 입국 거부를 당해 공항 내 보호소에 구금됐다.
국제공조로 브라질 상파울루를 거쳐 UAE 두바이에 도착한 정 씨는 곧바로 우리 송환팀에 넘겨졌으나 피로를 호소해 예정일보다 하루 뒤인 22일 정오쯤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1년 간 도피 생활을 한 정한근 씨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주) 운영자였다. 1997년 11월 회사 대표이사 등과 공모해 주식 매각자금 322억 원을 횡령해 재산을 스위스로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는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같은 혐의들에 대해 조사를 받은 후 잠적했다. 법원에서 구속영장까지 발부했지만, 소재불명으로 집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2008년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정 씨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소재불명으로 공판을 진행할 수 없었다. 2023년 9월(15년 재판시효)까지 재판이 확정되지 않으면 법률상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정 씨는 과거 '한보사태'의 몸통인 정태수(95)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정 전 회장 역시 세금 2225억 원을 내지 않아 국내 최고 체납자로 현재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이번에 압송된 정 씨 역시 253억 원의 국세를 체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정 씨에게 이름을 빌려준 A 씨는 물론, 정 회장의 도피 경로도 같이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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