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걷기] 최고령 참가자 "전쟁 때 꽁꽁 언 한강 걸었지…이건 산책"
입력: 2019.06.22 11:59 / 수정: 2019.06.22 14:24
제5회 THE FACT와 함께하는 호국보훈의 달 기념 현충원 나라사랑 걷기대회가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사전행사로 기념품 추첨이 열리고 있다. /이선화 기자
'제5회 THE FACT와 함께하는 호국보훈의 달 기념 현충원 나라사랑 걷기대회'가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사전행사로 기념품 추첨이 열리고 있다. /이선화 기자

"전쟁 경험 없어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 넋 기려야"

[더팩트ㅣ국립서울현충원=송주원 인턴기자] 특종에 강한 신개념 대중 종합지 <더팩트>가 주최하는 '제5회 나라사랑 걷기대회'에 참석한 '87세' 최고령 참가자가 건강 비결을 전했다. 6.25 참전 용사이기도 한 그는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신세대에게 순국선열의 넋을 기려달라는 뜻을 전했다.

<더팩트>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5회 '나라사랑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익명의 최고령 참가자 A씨는 올해로 87번째 생일을 맞게 됐다. 아흔을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그는 이번 대회만 해도 5회 내내 참가 중이다. 지난해 열린 대회에서는 아내와 자녀, 손주들까지 8명이 함께 참여했지만 올해는 혼자 오게 됐다. 집안 행사로 다른 식구들이 부득이하게도 참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걷기에 앞서 진행된 다양한 경품 행사에서 최고령자를 찾는 MC의 질문에 "여든일곱"이라고 우렁차게 외친 그는 혼자 오게 돼 외롭지 않냐는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원래 인생은 혼자야. 혼자가 어때서? 하나도 안 외로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20대 혈기왕성한 청년도 3.3km 코스를 완주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매일같이 서울에 위치한 명산을 찾아다니며 등산하는 그에게 걷기대회 쯤은 식은 죽 먹기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여름이든 겨울이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등산을 가. 내가 얼마나 살지는 모르지만 오래 살 거예요. 걷기가 최고의 장수비결이거든."

그는 장수비결로 매일 특정한 시간에 맞춰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규칙적인 식습관도 추천했다. A씨는 매일 오전 6시, 오후 1시, 저녁 7시에 삼시세끼를 챙겨먹는다. 혹시 무슨 음식을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면서 "골고루 먹어야지"라고 유쾌하게 웃었다.

시종일관 호쾌한 모습을 보인 노신사는 전쟁의 아픔을 겪은 '6.25전쟁 참전용사'다. 그는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지금의 경의중앙선 수색역 부근에서 학교를 다니던 열여덟 소년이었다. 전쟁이 난 직후 학도병에 지원해 7년을 군에서 보냈다. 1950년 11월 말부터 1951년 1월 사이 중공군의 공세를 피해 서울 이남지역까지 철수한 1.4 후퇴 때의 기억도 선명하다. "기자님, 한강 꽁꽁 어는 거 본 적 있어요? 그때 나랑 우리 전우들은 한강을 땅 걷듯이 걸었어.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 지금 이 걷기대회야 산책로지 뭐."

제5회 THE FACT와 함께하는 호국보훈의 달 기념 현충원 나라사랑 걷기대회가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묘역을 걷고 있다. /남용희 기자
'제5회 THE FACT와 함께하는 호국보훈의 달 기념 현충원 나라사랑 걷기대회'가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묘역을 걷고 있다. /남용희 기자

그는 1953년 종전 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전우들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고 전했다. "아니, 다들 잘 살아있다고 믿어. 학도병으로 지원한 내 동창 대부분이 북한으로 끌려갔어. 어딘가 잘살고 있을 거야."

걷기대회가 열리는 코스 한 쪽에 순국선열이 잠들어 있는 국립묘지를 바라보던 그는 말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람들이 얼마나 나라를 위해 싸웠는지, 어쩌다 세상을 떠나게 됐는지 항상 생각해야 해. 아무쪼록 젊은 사람들이 이곳 현충원을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더팩트> 나라사랑 걷기대회도 많이 와주고."(웃음)

한편 이번 나라사랑 걷기 대회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이했다. 국립서울현충원과 국가보훈처 등과 함께 대한민국의 독립과 발전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거룩한 넋을 기리기 위해 준비된 행사다. 현충원 묘비 정화 활동과 현충원 주변을 걷는 것 외에도 페인스페이팅 이벤트와 에어팟과 헤어팩, 선크림 등 다양한 사은품을 증정하는 시간도 마련돼 참가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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