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뉴시스

"친양자 입양에 관심" 현 남편 증언…범행동기 드러나나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유정 사건'의 큰 미스터리는 범행 동기다. 모자랄 것 없는 환경에서 평범하게 자란 인물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같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쉽게 납득할 사람은 드물다.

최근 들어 그 수수께끼를 풀어줄 퍼즐이 하나 둘 맞춰지기 시작했다. 현 남편인 A씨의 증언이 테두리를 긋고 있다.

A씨는 20일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친양자'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 범행 전 고 씨가 친양자 입양제도에 관심을 보이며 자신에게도 자주 일러줬다는 것이다.

친양자는 재혼한 여성이 지난 혼인에서 낳은 자녀에게 재혼 남편의 친자식과 똑같은 법적 지위를 주는 제도다. 고 씨는 자신의 아이를 친양자로 입양해 현 남편과의 새로운 가정을 완성하고 싶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비슷한 정황은 또 있다. 고 씨는 청주의 한 어린이집에 자신의 아이와 현 남편의 전 처 아이를 등록하면서 같은 성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이 4일 오후 제주시 동부서 2층 청명재에서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주시

다만 재혼부부가 친양자를 입양하려면 아이의 친 아버지가 동의해야 한다. 반면 고씨의 전 남편은 아이에게 강한 부성애를 보였다. 자녀 면접권을 요구하며 재판을 청구해 승소도 했다. 고 씨는 전 남편을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새 출발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규정했을 수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유정의 아이 성(姓)과 새 가정에 대한 집착이 그렇게 강했다면 전 남편 때문에 자신이 꿈꾸는 계획이 좌절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졌을 수 있다"며 "현 남편의 친양자 증언이 사실이라면 범행 동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여전히 전 남편의 성폭행을 막으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고씨의 구속기간을 만기 연장해 7월 1일까지 수사를 더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계획적 범죄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한결같이 우발적 범행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도 의아한 일이다. 고씨는 자신의 부상 당한 오른손 말고도 범행과정에서 다친 또 다른 신체 부위를 제주지방법원에 증거보전 신청한 사실도 전해졌다. 이후 재판에서 검찰의 계획적 범죄 혐의를 철저히 부인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