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방어권 행사 1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입력: 2019.06.21 05:00 / 수정: 2019.06.21 05:00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진료 받은 뒤 나오는 박 전 대통령 모습/ 남용희 기자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진료 받은 뒤 나오는 박 전 대통령 모습/ 남용희 기자

특활비 항소심 12년 구형...대법원, 국정농단 사건 7월 결론 내릴까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확실히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이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1심 재판과 비교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는 여유로웠다. 국선변호사는 제 역할을 충실히 했지만, 궐석 재판이기에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보긴 어려웠다.

궐석재판은 항변을 비롯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어 피고인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그러나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1심이 진행되던 2017년 10월부터 재판을 거부하고, 기소된 사건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이후로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에 대한 본인의 항소심 공판에 또 불출석했다. 궐석재판으로 진행된 2심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구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5월 30일에 이어 오늘도 나오지 않았다. 2회 불출석이라 공판을 진행하겠다"며 피고인이 공석인 상태로 재판을 시작했다. 대신 피고인 자리에는 국선변호사 2명이 자리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3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국고손실 혐의는 인정했지만, 2016년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2억원을 건네받았다는 뇌물 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서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호와,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왼쪽부터)이 2018년 10월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더팩트 DB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호와,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왼쪽부터)이 2018년 10월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더팩트 DB

검찰은 PPT를 통해 재판부에 항소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측만 항소한 만큼, 빠른 속도로 중요한 부분만 짚었다. 검찰은 "원심은 특활비가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된 점을 무죄로 판단했지만, 금품수수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을 경우 뇌물죄가 성립한다. 안봉근 비서관 재판에서 예산을 건넸더라도 뇌물죄가 성립됐다."고 주장했다. PPT에 나선 검사는 항소이유를 설명하면서 방청석 위에 걸린 시계를 3차례 정도 보며 시간조절까지 여유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한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 재임하면서 상시적으로 뇌물을 수수해 대통령의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피고인은 이전 정권에서도 해오던 관행으로 알았다며 직권 비서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 최고운영자들이 저지른 부당행위를 사법적으로 단죄함으로써 대통령과 국정이간 유착관계를 끊고, 사익을 위해 국가기관을 좌지우지하는 관행이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형에 앞두고는 프랑스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을 인용하며 뇌물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법리를 반박했다.

"뇌물의 제공은 증여다. 답례 의무가 발생한다. 증여로부터 발생한 금원을 되돌려줄 의무는 법률상 인정되지 않지만, 받는 사람이 답례해야 할 심리적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증여받는 입장에선 답례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 사실상 의무로서 느끼게 된다."

박 전 대통령측 변호인은 모든 공소사실에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변호인은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에 대한 국정원 자금 지원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특활비 교부를 소극적으로 용인했을 뿐인데 형사책임은 가혹하다"며 "피고인이 위법성을 인식하고 교부받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18대 대통령으로 사회발전에 오랜 기간 기여해왔고, 긴 시간 정치인으로 지내며 정치자금 수수로 처벌받은 적이 없는 점, 고령인데다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점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7월 25일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과 별개로 국정농단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 사건의 6번째 심리를 진행했으며, 이르면 7월 중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또 과거 새누리당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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