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불통 특조위 정신 차려라”
입력: 2019.06.18 16:45 / 수정: 2019.06.18 16:45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이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특조위를 비판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송주원 인턴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이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특조위를 비판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송주원 인턴기자

특조위 비판 기자회견 후 위원장 면담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장완익 특조위 위원장과 면담했다.

김기태 공동운영위원장을 비롯해 피해자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 회원 10여 명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를 비판하고 가해기업‧환경부의 유착 의혹 규명과 월례 설명회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장 한 켠에 세워진 특조위 간판을 가리키며 “이 간판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아시냐. 공식 사망자만 1411명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피땀으로 세워졌다”면서 “그런데 특조위 관계자는 문제의 가습기를 제작한 필러물산 공판 당시 사건번호도 몰라 내게 물어보더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필러물산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의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생산한 하청업체다. 생산 당시 대표였던 김 모씨는 지난 2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5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또 그는 수없이 요청한 피해자 대상 월례 설명회를 단 한 번도 연 적이 없다며 “불통의 특조위”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특조위가 출범한지 6개월이 됐지만 도대체 뭘 했느냐”면서 “수사권도 없이 조사권만 가지고 있는 특조위에서 피해자의 말이라도 들어야 작은 열매라도 맺을 것 아니냐. 제발 정신 좀 차려라”고 비판했다. 포스트타워 17~20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내려온 특조위 관계자들을 가리키며 “이제야 오셨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사건 피해자 가족이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 사건으로 중증 폐질환을 얻은 아들의 어머니 추준영 씨, 오른쪽은 아내를 잃은 유승균 씨. /송주원 인턴기자
가습기살균제사건 피해자 가족이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 사건으로 중증 폐질환을 얻은 아들의 어머니 추준영 씨, 오른쪽은 아내를 잃은 유승균 씨. /송주원 인턴기자

피해자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울분을 토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2009년 아들의 폐가 망가진 추준영 씨는 “몸에 좋다는 광고를 보고 아이를 위해 구입해 (문제의 가습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 아이는 단소도 불지 못하게 됐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정병원을 가라는 우편물을 받고 기대에 찼다. 그런데 현 정부도, 특조위도 결국 아무것도 밝혀낸 게 없다”고 비판했다. 1999년 아내를 잃은 유승균 씨 역시 “제 아내는 20년전 사망해 의무기록도 제대로 없는데 문제의 기업은 아직도 잘 살고 있다”면서 “소비자 생명을 담보로 성장한 기업은 악덕기업을 넘어 악독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도태돼야 한다”고 외쳤다.

김 위원장과 가습기넷 회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특조위의 장 위원장을 면담해 이러한 뜻을 직접 전달했다. 가습기넷이 특조위에 요구한 사항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가해기업과 환경부 유착여부 조사 ▲철저하고 조속한 진상규명 ▲실질적 피해 지원 대책마련 ▲피해자 전체 모임장소 지원 등이다.

가습기넷 관계자에 따르면 장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정계 인사의 특조위 로비 의혹을 살펴보기로 약속했다. 또 가해기업이 재판에 넘겨진 후 특조위의 재판 모니터링이 미흡했다는 지적에는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이 요청한 월1회 정례 설명회는 오는 7월 18일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다.

지난 14일 기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사망자 1411명을 포함해 6446명에 달한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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