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앞줄 오른쪽부터) 환경부 장관,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 박남춘 인천시장이 17일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에서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 현장점검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정부원인조사반 중간조사 결과 발표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22일 쯤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된다. 사고 원인은 인천시의 부실한 수계전환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1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대는 풍납취수장, 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되면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인근 수산·남동정수장 정수를 수계전환해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인천시의 부실한 대처가 화를 불렀다.
상수도 수계를 전환할 때는 물 방향이 바뀌면서 녹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둬야 한다. 제수밸브를 서서히 작동해 녹물·관로 안에 붙은 물때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녹물이 가정에서 쓰는 수돗물에 섞이지 않게 충분한 배수작업도 필수적이다.
인천시는 이같은 기준이 명시된 '국가건설기준'에 따르지 않고 지역별 밸브 조작 위주로만 수계전환을 진행했다. 밸브 조작 단계별 수질변화도 확인하지 않았다. 수계전환 후 공촌정수장 배수지 탁도가 평균 0.11~0.24NTU까지 올랐지만 초동대응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쳤다.
수계전환 세부흐름도/환경부 제공 |
공촌정수장에서 영종 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자연유하방식을 쓰지만 이번에는 압력을 가해 역방향으로 공급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역방향으로 수돗물을 공급하면 관이 흔들리고 물의 충격으로 부하가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한 후 정상상태 때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역방향으로 유량과 유속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관에 붙었던 물때가 떨어져 바닥 침적물과 함께 검단·검암지역으로 흘러들어갔다. 5시간 후 공촌정수장이 재가동될 때는 기존 공급방향인 영종도 지역까지 혼탁한 물이 공급됐다.
현재 검은 알갱이가 섞인 수돗물을 이용해도 되는지 불안감도 증폭된다. 환경부는 인체 유해성은 크지 않고 수질 기준은 만족하지만 필터가 변색될 정도라면 당분간 마시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다만 세탁이나 생활용수로는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16일 오후 인천 서구 완전역 인근 공원에서 시민들이 수돗물 적수 사태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
정부는 공촌정수장 4개 정수지 청소를 18일까지 마무리하고 19~23일 송수관로 이물질 등으로 오염된 물을 빼낼 계획이다. 8개 배수지도 청소전문업체에 맡겨 23일까지 청소한다. 22일부터는 급수구역별로 배수 순서를 결정해 공급을 정상화하고 늦어도 29일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30일 오후 1시반 인천시 서구지역에서 첫 민원이 접수되면서 확인됐다. 이달 2일부터는 영종, 13일부터는 강화지역까지 수도전에 끼워쓰는 필터가 변색된다는 민원이 들어오는 등 사고발생 20일째인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정부 발표 직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 책임을 물어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가 아닌 외부 감사기관에 감사를 맡겨 결과에 따라 추가 인사 조치도 취하겠다고 했다.
박남춘 시장은 "시민들께서 느끼셨을 분노와 배신감이 어떨지 짐작조차 어렵다"며 "인천시 시정 책임자로서 이번 상수도 관련 여러 잘못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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