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MB 뇌물액 100억 넘기나…"피의사실 공표" 반발
입력: 2019.06.13 00:01 / 수정: 2019.06.13 09:43
17일로 예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다스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5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17일로 예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다스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5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검찰, 추가 심리 기일 요청해 구형 늦어질 듯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어휴, 힘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평소 재판에서 검찰 측과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에게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재판은 지친 듯 휴정 선언 후 법정을 나서며 이렇게 읊조렸다.

증인 불출석으로 30분 안에 끝났던 최근 재판과 달리 이날은 항소심에서 중요한 고비라 4시간 넘게 진행됐다. 게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혐의 액수가 100억 원대로 늘어났다.

검찰은 최근 삼성이 2007~2010년 이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다스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 검프에 소송비용 50억여원을 내줬다는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받았다. 1심에서 인정된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액수는 61억여원이었다. 합치면 111억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검찰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항소심 재판부에 추가 심리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애초 이날과 14일 쟁점별 변론을 열고 17일 최종 변론과 구형을 끝내려던 계획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은 언론의 피의사실공표로 이어졌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 등 형사소송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이 ‘다스(DAS)’ 실소유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다스 실소유주 문제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은 앞서 조사를 마친 김성우 전 다스 대표, 권승호 전 다스 전무의 진술을 기반으로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임을 명확히 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는 피고인으로부터 (다스) 설립 비용을 받았으며 본인은 일절 부담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와 권 전 전무는 지난해 1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취지의 자술서를 함께 제출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사용한 다스 법인카드 내역을 증거로 제출하며 “사옥이 경주에 있는 다스 법인카드를 서울 소재 병원, 호텔, 의류매장 등에 사용한 것은 명백한 횡령”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1심에서 1992~2007년 다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자금을 빼돌리는 등 비자금 약 339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횡령 혐의를 인정하고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벌금 130억 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검찰의 변론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김 전 대표와 권 전 전무가 지난해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의 진위를 강하게 의심했다. 변호인은 “두 사람이 같은 날 함께 제출한 자술서에는 ‘선처를 구한다’는 표현이 있다”며 “재판 전부터 본인들의 형사 처벌을 염려해 이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두 사람이 사전에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한 걸로 아는데 어느 변호사가 이렇게 자술서를 제출하라고 했겠냐”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진술”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2014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 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이동하고 있다. /더팩트DB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2014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 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이동하고 있다. /더팩트DB

다스 설립도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에게 현대건설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으로서 조언을 몇 마디 건넸을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변호인은 “다스 설립 당시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에서 어떤 위치였는지 고려하면 작은 부품회사를 설립하는데 관여했다는 주장은 상식 밖”이라며 “(다스를) 설립할 때만 해도 이렇게 큰 회사가 될 줄 생각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1965년 현대건설에 들어온 이 전 대통령은 이사와 사장을 거쳐 48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다스가 설립된 1992년 회장직을 퇴임하고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상은 씨와 김재정 씨가 공동으로 창업한 다스는 경주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 13개의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비자금 조성 등 횡령 혐의도 김 전 사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변호인은 김 전 사장이 4월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대통령에게 다스 이익을 매년 보고했다는 증언을 들어 “실소유주가 정말 이 전 대통령이고 이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매년 보고를 1건만 한다는 것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사장이 2008년 퇴임할 당시 연봉이 약 1억 원이었던 것을 들며 그가 소유한 상가와 제주도 부지를 어떻게 사들였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의심되는 건 김 전 사장이다. 이제 와서 형사 처벌이 두려워 이 전 대통령을 탓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를 놓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뜻도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직권남용죄 위헌성 여부가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며 "직권남용 혐의 범위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이 아니고 고위직직은 직무 성질상 직권은 포괄적이고 정책적 재량에 속해 공직자가 어떤 행위가 처벌될지 예측을 어렵게 한다. 정책적 재량까지 부당하게 형사 처벌해 공직자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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