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잔혹한 아내' 고유정 사이코패스 아니라는 경찰
입력: 2019.06.12 05:00 / 수정: 2019.06.12 15:29
제주 동부경찰서는 5월 25일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이 인천시의 한 마트에서 방진복 등을 구매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11일 공개했다. /뉴시스
제주 동부경찰서는 5월 25일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이 인천시의 한 마트에서 방진복 등을 구매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11일 공개했다. /뉴시스

전문가 "판정하기 짧은 시간" 반박도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경찰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 체포 10일만에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범행도구를 사면서 포인트를 적립하고 잔혹하게 살인한 뒤 환불까지 받는 등 비정상적인 태연함을 보였는데도 사이코패스 가능성을 부정하는 경찰의 발표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찰은 범죄 수법이 잔인하다고 무조건 사이코패스는 아니며 정신질환 기록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범행 과정에서도 면밀한 계획과 실행이 확인됐고 조사 중에도 별다른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는 사람으로 공감능력과 죄책감, 통제력이 떨어지고 극단적인 자기중심성을 보인다. 연쇄살인범들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사이코패스라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소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고유정이 장기 연애 후 결혼했고,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비교적 일반적 생활을 한 것으로 볼 때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성격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3달 전 4살된 의붓 아들이 질식사로 사망한 사건을 변수로 내다봤다. 이 의붓아들은 고 씨와 재혼한 현 남편이 전처 사이에서 낳은 아이다. 제주에서 지내던 중 고 씨 부부가 살던 청주에 잠시 놀러갔다 질식사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추후 경찰 조사에서 뭔가 드러나면 고 씨 진술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고 씨는 본인이 낳은 자식도 스스로 키우지 않을 만큼 아이에 대한 애착이 없어 의붓아들 사망과 관련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찰의 판단이 성급하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일상생활을 어떻게 했는지는 사이코패스 판정의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사이코패스 판정을 할 수 없다"며 "(경찰이)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립서비스 차원에서 (고유정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일부 주장처럼 사이코패스는 결혼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결론은 잘못 된 것"이라며 "연쇄살인마 강호순은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잘 살았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다만 "고유정이 평소 일상생활을 잘 했다는 것 자체가 오해이고 착각일 수 있다"며 "경찰이 사건 수사만 하기에도 바쁘겠지만, 유족들의 진술로 봐서는 동창이나 전 애인 등 고 씨의 과거 행적을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코패스 판단보다는 고유정의 삶의 궤적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외국 연구를 보면 성공한 CEO중에서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사람이 많다"며 "우리나라는 왜 범죄자가 사이코패스냐 아니냐에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고 씨는 생애주기적으로 볼 때 뒤 재혼 뒤 자신 삶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보호인자와 위험인자인지 두 가지로만 판단했다. 이 교수는 "현 남편과의 관계에 방해되는 위험인자로 판단했다면 의붓아들을 제거 대상으로 여겼을 가능성도 높다"고 추정했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이 11일 동부서에서 열린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수사 최종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이 11일 동부서에서 열린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수사 최종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 동부경찰서는 11일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의자 고유정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범행동기는 전 남편의 존재로 현재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스트레스로 결론 내렸다.

제주 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은 이날 이런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프로파일러 투입 결과 피의자가 전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 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햇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이 체포 당시부터 피해자가 성폭행을 시도해 대항하다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주장하지만 범행 수법 등을 인터넷에서 사전에 검색하고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한 점 등으로 볼때 피의자 주장은 허위로 판단된다고 봤다.

또 수사결과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범죄 정황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범행 보름 전부터 '니코틴 치사량', '살인도구' 등을 인터넷에서 수 차례 검색했고,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미리 준비했다. 또 범행 사흘 전에는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구입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에 넘긴 이후에도 피해자 시신 발견에 노력해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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