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법원은 치과다"…형사재판 이기는 '꿀팁'
입력: 2019.06.06 00:01 / 수정: 2019.06.06 00:01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현직 변호사 5명이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쫄지마 형사절차 – 재판편’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송상교, 김종보 변호사, 아랫줄 왼쪽부터 조수진, 이상희, 류신환 변호사. /송주원 인턴기자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현직 변호사 5명이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쫄지마 형사절차 – 재판편’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송상교, 김종보 변호사, 아랫줄 왼쪽부터 조수진, 이상희, 류신환 변호사. /송주원 인턴기자

민변 변호사들, 말 못한 노하우''대방출'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법원은 범죄자의 죄 유무를 판단하고 죗값을 물리는 곳이다. 그래서 시민은 법원을 한없이 멀게만 느낀다. 교도소와 더불어 “평생 가면 안될 곳”이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발생하는 민사재판과 달리 검사가 직접 법원에 기소하는 형사재판은 두렵기까지 하다.

“법원은 참 무서운 곳이죠. 그런데 꼭 가야할 때가 있어요. 치과랑 같아요. 아프면 가는 치과처럼 법원이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운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요.”

평생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할 때는 피할 수 없는 곳 법원. 그중에서도 가장 공포와 기피의 대상인 형사재판에서 이기는 ‘꿀팁’이 나왔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현직 변호사 5명이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쫄지마 형사절차 – 재판편’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정에서 말하지 못했던 다양한 노하우를 선사했다.

◆ “1심 불변의 법칙” 한국 형사재판은 1심이 좌우

한국은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1심은 지방법원, 2심은 고등법원, 3심은 대법원에서 맡는다. 대부분 2심제인 영미국가보다 최종선고를 신중히 하는 셈이다. 재판을 받는 이들이 입 모아 “재판은 시간과 돈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상계엄상황에서의 군사재판에 한해 단심으로 진행되는 예외가 있지만 대부분 혐의는 3심제다.

법원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자료사진. /문병희 기자
법원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자료사진. /문병희 기자

심급이 올라갈 수록 중요할 것 같지만 사실이 아니다. 피고인은 한국은 3심제인데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생각하고 1심 판결이 불리하게 나도 나중에 뒤집으면 된다고 믿는다. 김종보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2심, 3심은 1심에서 증명된 사실로 형량을 다툰다. 1심에서만 사실관계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속심에서 형량을 뒤집기 힘들다”며 “1심과 2·3심이 별도로 진행되는 재판이 아니라 1심의 속행 재판과 다름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심이 중요한 이유는 피고인이 재판 내내 심리할 증거자료를 선택할 수 있는 증거 인부 절차가 1심에만 있기 때문이다. 한국 법정은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증거재판주의, 법정에서 직접 심리한 증거만을 채택한다는 직접주의를 취한다. 1심을 간과해 최종선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증거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최종심에서도 판세를 뒤집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김 변호사는 “최근 3심을 맡는 대법원이 항소심을 속심제로 운영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모든 재판은 사실상 1심이다. 1심에서 뭐든지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판사를 조심하세요” 친절한 질문에도 방심은 금물

판사는 법정에서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재판을 총괄하고 최종선고를 내린다. 이날 간담회에 모인 변호사들은 “피고인은 높은 자리에 앉아 내려다보는 판사의 권위에 압도되는 경향이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며 재판에 참여한 모든 이가 정당한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판사의 점잖고 친절한 태도 속에 감춰진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1심 증거 인부가 핵심이다.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재판에 사용하기에 앞서 피고인의 의사를 묻는다. 이때 증거조사에서 채택된 증거는 재판 내내 유무죄를 다투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김 변호사는 “판사의 ‘증거자료에 동의하나요’라는 질문에 함부로 답하면 안된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증거로 형이 확정될 위험이 있다”고 충고했다. 증거 내용을 확실히 알지 못할 경우 변호인과 검토한 후 동의할지 판단하겠다는 답변도 가능하다.

판사의 무서움은 판사봉을 내려놓고 변호사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판사 출신 변호사가 맡은 재판은 승소한다는 ‘전관예우’를 이용해 수임료를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한다. 신분이 불분명한 브로커까지 판을 친다.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법무법인 소속 사무직원부터 신분을 알 수 없는 브로커까지 등장해 전관예우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고 꼬드긴다”며 “위급한 상황에 놓인 의뢰인들이 법조계에서도 ‘어둠의 영역’으로 통하는 전관예우만 믿고 최대 5억에 이르는 비싼 수임료를 내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고 했다. 또 “전관예우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고 만약 이번 ‘사법농단’ 사태처럼 문제가 불거질 경우 어떻게 책임질지는 판사 출신 변호사도 모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3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3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녹화진술’ 아셨나요…피의자와 피해자 모두를 보호하는 법안

피해자를 대하는 수사 기관의 태도가 불량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특히 신중한 조사가 요구되는 성범죄 피해자에게 검‧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캐묻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역시 검찰에게 2차 가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는 진술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피해 진술을 1회에 끝낼 수 있다. 피고인 역시 소년, 외국인 등에 한해 특례법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을 따르면 피해자가 성범죄를 당했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신뢰관계에 있는 지인이 동석해 수사와 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 피고인 역시 14세 미만의 소년범은 형법 제9조에 따라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검찰 역시 19세 미만 청소년에 한해 공소하지 않고 교육시설에 회부하거나 구속 영장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발부하지 않는다. 법정구속이 부득이한 경우 다른 피의자와 분리해 수감하는 특례도 존재한다. 외국인 피의자는 법정에서 통역인 없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은 재판에 참여하는 모든 이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법안이 많은데 변호사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의자, 피해자의 특수한 신분을 고려한 특례가 많으니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09년 출간된 ‘쫄지마 형사절차 – 수사편’에 이어 10년 만에 나온 ‘쫄지마 형사절차 – 재판편’의 표지. 저자들은 사무실에서 의뢰인을 상담하듯 정다운 문체로 어려운 법을 쉽게 풀어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송주원 인턴기자
2009년 출간된 ‘쫄지마 형사절차 – 수사편’에 이어 10년 만에 나온 ‘쫄지마 형사절차 – 재판편’의 표지. 저자들은 사무실에서 의뢰인을 상담하듯 정다운 문체로 어려운 법을 쉽게 풀어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송주원 인턴기자

‘쫄지마 형사절차 – 재판편’은 2009년 출간된 ‘수사편’에 이어 10년 만에 나온 속편이다. 공동저자인 김종보, 류신환, 염형국, 이강훈, 이상희, 장경욱, 장종오, 조수진, 조지훈 변호사는 유리한 법조차 멀리해 불이익을 받는 의뢰인을 제 일처럼 속상해하며 법정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어떤 변호사를 골라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속보이는 답만 하게 되면 어떡하냐”고 웃음을 터트렸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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