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역대급 수사단의 초라한 성적표…김학의 기소에 만족
입력: 2019.06.05 05:00 / 수정: 2019.06.05 05:00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4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구속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동률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4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구속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동률 기자

수사외압 의혹 손도 못 대…참여연대 "셀프 수사 한계" 강력 비난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면죄부 검찰의 면죄부 수사 또는 꼬리 자르기 수사로 치닫는 불행한 결말이 예상되어 참혹합니다." 평소 검찰개혁을 강력히 주장해온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검사가 김학의 특별수사단이 출범한 3월말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이 예상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검찰이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건설사업자 윤중천 씨를 재판에 넘기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동안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논란을 빚어온 수사 외압 의혹을 해소하지는 못 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김학의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구속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여환섭 수사단장은 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학의를 합계 1억 7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윤 씨를 강간치사, 사기, 무고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에 대해선 2013년과 2014년 검찰 수사가 진행됐으나,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여 단장은 과거 수사와 이번 수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성접대를 인정한 것"을 꼽았다. 그는 또 윤 씨가 과거에는 "별장에서 재미있게 논 게 무슨 대가냐"고 했지만, 지금은 "나중에라도 부탁할 게 있지 않았겠느냐"고 대가성을 어느정도 인정한 것도 수사의 성과라고 밝혔다.

정한중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지난달 29일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김학의 사건 활동 마무리 소감을 발표 하고 있다. /뉴시스
정한중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지난달 29일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김학의 사건' 활동 마무리 소감'을 발표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의 생각은 달랐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이 셀프 수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김 전 차관이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존재가 드러난 지 6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것은 작은 진전이지만, 수사결과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과거 검찰의 검찰권 남용에 대해 수사를 촉구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는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만 기소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김학의 수사단'은 과거 검찰 수사팀의 부실수사 의혹을 조사했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혹시 외압을 받아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는지,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은 아닌지 조사했다는 것이다.

다만 여 단장은 "더 엄격한 조사를 위해선 입건해야 하는데, 공소시효가 남아있지 않아 어려웠다. 이런 경우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엄격한 조사를 하지 않았음을 실토했다. 그러면서도 2013년 검경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에는 "과거에는 왜 그렇게 못했냐고 말하기는 쉽지만 수사하는 입장에선 모든 사건은 부실하다"고 답했다.

또 최근 검찰과거사위가 수사를 촉구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검찰 관계자 의혹도 조사했지만, 현재로선 수사에 착수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진 못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구속 후 진술을 거부 중인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 씨가 변화를 보인다면 반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학의 수사단'은 수사 외압 의혹을 받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현 변호사)은 무혐의 처리했다. 이들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 했고 당시 청와대 근무자와 경찰들도 외압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당시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사라인의 전격 인사 조치,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10여차례에 걸쳐 신청된 각종 영장 100% 기각 등은 설명할 방법이 없어졌다.

또 곽 의원은 서면조사, 이중희 변호사는 대면조사한 것도 "당사자 의사를 고려했다. 이 변호사가 실무 책임자라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환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장이 4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여환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장이 4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수사단은 이외에도 다른 사회 유력인사들이 얽힌 성접대 등 향응 제공 의혹도 현재 수사 중인 여성 외 다른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논의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김학의 수사단은 대부분 증거가 충분치 않아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고, 공소시효 만료 문제로 실체적 수사가 어려웠다는 점을 수사결과 발표 내내 강조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한계를 극복하는 수사를 기대했다. 14명의 검사가 68일간 87명을 조사한 결과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수사단은 앞으로 수사단의 규모를 축소시켜 잔여 사건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진행한다.

결국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동영상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 지 6년 만에 이뤄진 재수사는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는 이라는 것을 확인한 정도로 마무리 됐다. 이로써 김 전 차관이 구속 기소되면서 앞으로 관심은 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 그동안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던 만큼 '무죄' 주장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 법정에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김 전 차관에게 적용된 뇌물액은 1억 7000만원으로 징역 5~12년의 중형이 선고될 수 있지만, 윤 씨 진술의 신빙성 부족문제와 공소시효 등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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