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권의 이슈토크]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서울시 23개 싱크탱크 시너지 창출...삶의 질 개선"
입력: 2019.06.04 14:42 / 수정: 2019.06.04 19:19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의 서울 사랑은 각별하다. 뉴욕을 비롯해 각국의 유명 도시를 방문한 서 원장은 서울의 특장점으로 24시간 생동감이 느껴지는 도시를 꼽았다. /이덕인 기자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의 서울 사랑은 각별하다. 뉴욕을 비롯해 각국의 유명 도시를 방문한 서 원장은 서울의 특장점으로 "24시간 생동감이 느껴지는 도시"를 꼽았다. /이덕인 기자

3일 서울 노년층의 주택, 디지털 등에 관한 연구 결과 공유...서울시 정책 반영

[더팩트ㅣ대담=양덕권 부국장 정리=송주원 인턴기자] 영국의 채텀하우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브루킹스연구소 등 싱크탱크(Think Tank)는 그 사회 발전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 한국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국가적 싱크탱크가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지난해 7월 서울연구원, 서울의료원 SH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등 서울시 23개 투자·출연기관이 모여 출범한 서울싱크탱크협의체(SeTTA, Seoul Think Tank Alliance) ‘세타’가 돋보인다.

출범한 지 1년도 채 안 된 세타는 ‘고령사회 대비를 위한 서울시 지원 방안’이라는 첫 성과물을 냈다 . 세타는 3일 오후 3시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서울 노년층의 주택, 디지털 등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세타의 출범과 발 빠른 성과에는 서왕진(55) 서울연구원장의 땀이 서려 있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이 주도한 서울싱크탱크협의체 정책토론회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덕인 기자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이 주도한 서울싱크탱크협의체 정책토론회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덕인 기자

약 10년간 환경운동가로 살아온 서 원장은 환경 문제에 더 전문적인 대안을 내놓겠다는 각오로 뒤늦게 유학길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에서 에너지환경정책 박사 학위를 따고 돌아온 그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을 도왔다. 박 시장이 당선된 후 서 원장은 서울 시정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서울시장 정책특보와 비서실장을 지냈고 2017년 4월부터 서울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연구원장직은 3년 임기로 어느덧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임기 이야기가 나오자 서 원장은 2년 여간 쉼 없이 달려온 기억이 떠오르는지 멋쩍게 웃었다. 세타의 첫 성과물이 나온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그를 만났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젊은 시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 소속 환경개발센터에서 환경운동을 했다. ‘경제 정의’를 실천하는 단체에서 환경운동을 이끈 장본인 중 한명이다. /이덕인 기자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젊은 시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 소속 환경개발센터에서 환경운동을 했다. ‘경제 정의’를 실천하는 단체에서 환경운동을 이끈 장본인 중 한명이다. /이덕인 기자

-세타의 첫 운영 성과가 고령사회 대비방안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했습니까.

크게 노년층의 건강과 주택, 디지털 소외, 여성노인 1인가구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어요. 사실 세타가 출범하고 나서 알게 됐는데 서울의료원이 노인 낙상사고 사망자가 많은 것에 의문을 품고 이미 많이 조사를 해둔 상황이었습니다. 자료를 보니 낙상사고로 돌아가신 노인 대부분이 집에서 변을 당했어요. 이에 따라 문턱의 높낮이라든지, 노인의 동선이 편리한 인테리어라든지 등 건축까지 생각이 번지며 SH 서울주택도시공사의 협조도 받았습니다. 스마트폰 발달에 따라 디지털 소외현상을 겪는 노인이 많아진 것, 사회로부터 고립되기 쉬운 여성노인 1인가구에 관한 연구도 했어요. 각각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서울여성가족재단의 도움을 받았죠.

-각 기관의 강점을 활용했군요. 세타에는 총 23개 기관이 참여했는데요.

세타를 만든 이유와 귀결되는 질문이네요. 세타를 주관하는 서울연구원은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1992년 설립됐습니다. 나이를 꽤 많이 먹었죠. (웃음) 오래된 만큼 연구는 많이 진행됐는데 분야별로 뜯어보면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와 인프라를 갖춘 기관이 함께한다면 성과는 성과대로 높이고 소요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지금의 세타가 됐죠. 처음에는 각 기관 연구원들도 소속기관에서 독립된 연구만 하다 갑자기 협력을 하라니 낯설어 했어요. 많은 노력이 필요했죠. 그 결과 고령친화주택 연구만 봐도 현황 분석 등은 저희 서울연구원이 맡고 노인 환자 설문조사처럼 의료적 측면은 서울의료원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은 SH공사에서 고생해줬습니다. 분담이 정말 잘됐어요.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서울연구원이 주관 운영 기관이 된 계기는요.

도시 문제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연구가 요구될 때는 개별 기관이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여러 기관에서 세타와 같은 협의체를 만들어 도시 문제에 다각도로 접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어요. 독립된 연구기능이 없는 기관은 그에 대한 갈증이 더 심했고요. 이런 어려움을 바탕으로 서울연구원이 구성을 주도하며 자연스럽게 주관 운영을 하게 됐습니다.

-세타를 첫 운영하면서 특히 어디에 중점을 뒀습니까.

협력을 통한 효율성 상승이 핵심입니다. 업무영역이 다르더라도 기관들이 서로 협력하면 기존에 어려웠던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번 성과물을 내면서 이런 효율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아예 도시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기대도 있어요. 또 연구가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 생활에 반영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음 연구 주제는 잡았습니까?

2019년 연구주제는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경제특별시 실현방안’입니다. 서울산업진흥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교통공사 등 9개 기관이 협력해 경제도시 서울을 위해 열심히 연구 중이에요. 이외에도 현안에 발맞추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도시철도 승객 모빌리티 개선 등에 관한 공동연구도 상시 진행 중입니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싱크탱크협의체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싱크탱크협의체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서울연구원과 세타의 화두는 시민 삶의 질 개선인 듯합니다.

많은 시민들도 그걸 느끼시는 것 같아요. 일단 수치상으로 보면 2018년 서울시 정책에 실제로 반영된 서울연구원의 연구 결과는 89.1%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큰 걱정거리가 바로 미세먼지인데요. 대기질을 위해 일정 차량을 제한하는 미세먼지 시즌제가 바로 서울연구원의 고심 끝에 탄생한 정책이에요. 이건 서울시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에 노출된 전국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역사성 회복과 보행자 중심을 위해 광화문광장 재구성도 연구해 왔는데 도시공간은 물론 경제와 문화까지 아우르는 전담 테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계획을 구체화했어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또는 출장가면서 세계 여러 도시를 다녀봤는데 서울처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가 또 없어요.

-서울연구원이 세타 말고도 추진 중인 일이 있다던데요.

서울의 미래를 연구하는데 시민이 직접 참여해 정책연구의 새 모델을 확립하려고 해요. 기존 23개 기관 외에도 국내외 더 많은 기관과 함께 연구할 계획도 있습니다. 서울이 더 발전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모두가 연구에 참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죠. 지난해 서울연구원 비전을 "싱크탱크가 아닌 싱크플랫폼을 만들자"라고 정했어요. 현대 사회는 연구자 개인의 지적 역량과 성과에만 의존해서는 안 돼요. 연구원은 물론이고 현장을 경험한 시민, 국내외 전문가까지 함께 솔루션을 찾아나가야 해요.

-남은 임기(1년) 내에 꼭 해야 할 일은.

서울연구원장 임기가 3년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11개월 정도 남았을까요. 우선 세타의 초심을 잃지 않고 산하 기관이 업무경계를 허물고 정책 발전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서울연구원은 제 임기 내에 더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세타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새로운 시스템이기 때문에 여러 기관이 생소한 연구 방식에 낯설어 하지 않도록 운영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서울시에서 추진한 많은 혁신적 정책들에 서울연구원과 여러 기관의 땀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 노력이 시민 삶에 반영될 수 있도록, 또 서울시를 위해 할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할 것입니다.

[약력]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2017년 ~ 현 재 서울연구원 원장

2016 ~ 2017년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2014 ~ 2016년 서울특별시 시장실 정책특보

2012 ~ 2014년 서울특별시 시장실 비서실장

2011 ~ 2012년 서울특별시 시장실 정책특보

2010 ~ 2011년 환경정의연구소 소장

2010 ~ 2011년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연구교수

2009 ~ 2010년 UNESCAP, Environment and Development Division, Consultant

2005 ~ 2009년 University of Delaware, Center for Energy & Environmental Policy Research Assistant

2000 ~ 2003년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국토수자원분과 분과위원

1999 ~ 2003년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위원

1998 ~ 2003년 (사) 환경정의 사무처장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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