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영장 효력에 의문"…김기춘 전 실장 증인 불출석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심에 개입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등을 받는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추가로 발부된 구속영장에 강력히 문제제기했다. 임 전 차장의 갑작스런 공세에 재판부와 검찰 측도 당황해 재판이 급히 휴정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임 전 차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제36형사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기일에서 “구속영장에 기재된 공소사실 중 빠진 것이 있는데 재판부의 실수 여부가 궁금하다”며 이같이 따졌다.
그는 “심리된 사건 중 일부 공소사실이 13일 추가로 발부된 구속영장에서 누락됐다”며 “만약 재판부 실수로 누락됐다면 영장의 의미와 효력에 법리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실수’라는 단어에 재판부는 물론 검찰 측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 측은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의 효력을 구속연장 신문기일도 아닌 혐의의 유·무죄를 판단할 공판기일에서 의심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정에 긴장감이 감돌자 재판부는 급히 휴정을 선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 전 차장의 공판에서 점심시간과 증인신문 준비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휴정을 선언한 경우는 드물다. 재판부는 10분이 넘는 휴정 끝에 다시 자리로 돌아와 “추가로 발부된 영장과 관련해서 재판부가 할 말은 없다”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임 전 차장은 구속연장을 결정한 재판부 판단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며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에 심리된 공소사실 전부가 다뤄져야 하는데 일부 누락됐다. 재판부의 단순한 실수인지 궁금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에 증인 불출석했다. 사진은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남용희 기자 |
임 전 차장은 지난 13일 정치인에게 청탁을 받아 재판에 개입한 혐의, 대법원 취지와 상이한 판결을 내린 법관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혐의로 추가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임 전 차장은 추가로 기소된 혐의 중 인사불이익 혐의는 영장에 기재되지 않아 형사소송법에 대치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75조 1항에 따르면 구속영장에는 피고인의 신상정보와 함께 공소사실 요지를 기재하고 재판부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검찰 측은 임 전 차장의 말을 가로막으며 “구속 영장은 일부 범죄사실만으로 발부할 수 있다. 어떤 범죄사실로 영장을 발부할 지는 재판부의 재량”이라며 “피고인의 발언은 공판기일에서 다툴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인 의견은 충분히 들었다. 공방이 오갈 사안은 아니다”라고 판단하며 23일 속행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수차례 “검찰 측에서 제게 공격을 했으므로 이에 반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는 강제징용 재상고심 지연 방안이 논의된 소인수회의를 주최한 김기춘(66)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증인신문이 예정됐으나 불발됐다. 김 전 비서실장은 앞서 협심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김 전 비서실장의 별건 재판 참석 상황과 수사 당시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증인신문 불응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재판부에 구인영장 발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검찰은 증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견서를 짧게라도 제출하라. 향후 증인신문기일을 지정할 때 참고하겠다”고 답해 김 전 비서실장의 증인신분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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