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시험문제 유출한 쌍둥이 아빠에 7년 구형
입력: 2019.05.15 05:00 / 수정: 2019.05.15 05:00
검찰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2018년 11월 숙명여고 교장 등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모습/뉴시스
검찰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2018년 11월 숙명여고 교장 등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모습/뉴시스

검찰 "죄질 불량하고 개전의 정 없어"…"노력해서 얻은 점수" 항변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범죄가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한데다, 가장 공정해야 할 분야인 교육 분야의 현직 교사가 개인적인 욕심으로 자신 지위를 이용해 2년 6개월간 지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트렸으며, 숙명여고 동급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우리시대 평범한 부모들에게도 큰 죄를 지었다."

검찰은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며, 이같이 밝혔다. A씨가 받는 혐의는 업무방해죄로,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검찰은 경합범으로 가중해 재판부에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하기 전 "너무 많은 증거에 따라 A씨가 유출한 정기고사 문제와 답안을 이용해 두 딸이 시험을 보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죄질이 불량하고 개전의 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개천에서 용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노력만으로 원하는 걸 이루기 어렵운 세태"라고 밝히며, 숙명여고 학부모 한 분이 "'밤새 공부해도 평균 1점 올리기 어려운데 전과목 100점 받은 쌍둥이들을 보며 아이가 이것이 세상이라고 받아들일까 두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밤새 공부해온 학생들을 보며 A씨와 두 딸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A씨의 두 딸을 기소하지 않은 이유로 "범행의 수혜자이지만, 직접 범행을 실행하진 않았고, 아직 미성년자인데다 아버지와 함께 재판을 받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딸이 현재는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뉘우칠수 있다고 생각해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지만, 아이들이 법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기대와 달랐다"며 "자신의 범행을 숨기면서 아이들의 인성까지 파괴한 것"이라고 A씨를 질타했다.

검찰은 최종 의견 진술을 통해 "2학년 1학기 생명과학 시험 문제의 모범 답안이 '상동염색체 접합이 강수 1분열 전기에 일어나기 때문이다'였는데, 다른 학생들과 달리 A씨의 큰 딸만 유일하게 이와 똑같은 답안을 적었다"며 "숙명여고 중간·기말고사의 정답이 1년간 9번 바뀌었는데, 이 중 두 딸만 8번 바뀌기 전 정답을 적었으며, 수학.물리.화학 등 암산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을 풀이과정 없이 해결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두 딸이 답안을 알고 시험을 보았다는 결론을 내린 이유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의 최후 변론에서 선입견과 편견 없는 공정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진은 숙명여고 전경/뉴시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의 최후 변론에서 "선입견과 편견 없는 공정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진은 숙명여고 전경/뉴시스

그동안 A씨와 두 딸은 수사 단계부터 재판 과정 끝까지 부정 시험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이날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도 A씨는 큰 딸의 수학 성적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59.9점에서 기말고사 75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100점, 2학기 95.7점으로 기적처럼 상승한 것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도 "스스로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여러차례 고수했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이번 사건으로 저희 가족은 물질적, 정신적으로 너무 큰 피해를 입었다"며 "두아이는 친구들의 따돌림. 심리적 붕괴, 학교에서 퇴학까지 당했고, 저도 파면 처분이 내려졌고, 재판 여부에 따라 집행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또 "이제 대한민국 어디에 가야 우리 가족의 주홍글씨가 사라질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며 "아이들에게 성실함을 강조해왔고 노력없는 실적의 무가치함에 대해 이야기 해왔다. 의혹들처럼 호시탐탐 (시험지 및 답안) 유출만 노려온 비양심적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실추된 본인의 명예와 태풍에 꺾인 꽃과 같은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하며 "선입견과 편견에 눌리지 않는 용기있고,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쳐 숙명여고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이날 결심공판은 오후 2시부터 7시 40분경까지 15분씩 2번 휴정해서 5시간이 조금 넘게 진행됐는데, 피고인 신문 등 검찰에 비해 변호인측의 신문 시간이 길었다. 이기홍 판사가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호인 측 신문 진행 스타일이 늘어져서다. A씨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언론이나 기사의 댓글 등을 보니 제가 이 사건을 맡아 거액의 수임료 및 성공보수를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던데, 성공보수는 단 1원도 약속되지 않았고, A씨의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한 수임료를 받기로 했다. 수임료 첫 자리 숫자가 1"이라고 밝혔다.

A씨 변호인은 또 "재판장의 안목과 통찰력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무죄 여부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고, 단지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사건을 100명의 판사가 다 보고 판단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조금의 편견과 선입견 없이 용기를 내서 이 사건을 판단해 달라"고 이기홍 판사에게 호소했다.

법원은 A씨의 1심 구속기간이 29일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통상적보다 빠른 오는 23일 오전 9시 50분에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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