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추모도 못 하나요"…홍익대 대자보 철거 논란
입력: 2019.05.17 05:00 / 수정: 2019.05.17 05:00
홍익대학교 노학연대체 모닥불은 7일 사망한 경비노동자를 추모하는 대자보를 붙였으나 학교 측이 이를 강제 철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6일 학교 측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추가로 부착한 모습. /모닥불 제공
홍익대학교 노학연대체 '모닥불'은 7일 사망한 경비노동자를 추모하는 대자보를 붙였으나 학교 측이 이를 강제 철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6일 학교 측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추가로 부착한 모습. /모닥불 제공

사망한 경비노동자 추모 내용…"학교 규정" VS "민감한 반응"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홍익대생 김민석(21) 씨는 깜짝 놀랐다. 학생들이 많이 드나드는 마포구 서울캠퍼스 홍문관 1층 기둥에 붙여놓은 대자보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학교에서 갑자기 사망한 경비노동자 선 모(60) 씨를 추모하고 학교측의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기 위해 건물 CCTV를 확인하고 다시 한번 놀랐다. 범인은 평소 안면이 있던 학교 관재팀 직원 3명이었다. 이들은 8일 오전 11시 27분쯤 홍문관 1층에서 대자보를 보자마자 뜯어갔다. 주변에 교수와 학생 등 지켜보는 눈이 많은데도 망설이지 않았다.

김민석 씨는 추모 대자보를 다시 붙이고 '추모할 권리마저 강제 철거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가 사과하는 날 자진 철거합니다'라고 자필로 쓴 대자보를 추가로 부착했다.

홍익대 '미대의 외침' 등 다른 학내외 학생단체들도 학교측에 항의 하는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숙명여자대학교 노학연대체 ‘만년설’은 "홍익대 본부는 그만 좀 하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보내왔다.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은 연대 대자보에서 "홍익대 학교 당국이 안타까운 일(경비노동자의 죽음)에 공감하기는커녕 추모할 자유마저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16일 현재 총 14개의 대자보가 더 붙었다.

모닥불은 고 선 씨의 사망 후 분향소를 만들어 3일간 추모했다. 분향소에 붙여진 홍익대생의 추모 메시지 746장에 달한다. 사진은 모닥불이 4월 30일 고 선 씨가 쓰러진 장소에 마련한 분향소 모습. /모닥불 제공
모닥불은 고 선 씨의 사망 후 분향소를 만들어 3일간 추모했다. 분향소에 붙여진 홍익대생의 추모 메시지 746장에 달한다. 사진은 모닥불이 4월 30일 고 선 씨가 쓰러진 장소에 마련한 분향소 모습. /모닥불 제공

학생들은 학교 당국이 무인경비시스템 논란과 경비노동자 선 씨의 죽음이 공론화되는 것을 꺼려 이같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홍익대는 지난 연말 건물별 자동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등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이후 경비원이 퇴직하면 충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원감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경비원 1인당 근무량이 늘면서 경비원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무인경비시스템은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라는 점도 지적한다. 홍익대 서울캠퍼스는 낡은 건물이 많아 문이 제대로 여닫히지 않기 때문에 자동잠금장치는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3월에는 자동잠금잠치가 작동 중인데도 외부인이 여학생기숙사에 침입하는 사건도 있었다. 오히려 경비인력이 줄면서 야간작업이 많은 예술대생이나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은 불안감만 커졌다고 한다.

이밖에 학교 측은 대자보 철거뿐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선 씨 분향소도 치우라고 종용했다. 선 씨가 외주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상 중에도 별다른 예를 표시하지도 않았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홍익대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 하는 모닥불' 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인 김민석 씨는 "대자보 철거는 경비인력 확충, 학내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 등을 통해 학생과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학생의 요구에 대한 답변"이라며 "학교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모닥불 운영위원장은 지난 10일 뜯겨진 기존 대자보를 다시 부착하며 사과 전까지 철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추가로 남겼다. 사진은 13일 오후 6시경 <더팩트> 취재진 방문 당시 대자보의 모습. /송주원 인턴기자
김민석 모닥불 운영위원장은 지난 10일 뜯겨진 기존 대자보를 다시 부착하며 "사과 전까지 철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추가로 남겼다. 사진은 13일 오후 6시경 <더팩트> 취재진 방문 당시 대자보의 모습. /송주원 인턴기자

홍익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자보는 학생지원팀 승인을 받은 후 지정된 게시판에만 부착해야 한다"며 철거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지금까지 학내 관행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조명찬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원래 학내 대자보는 별도 승인 없이도 자유롭게 부착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 경비원 분의 사망 후 학교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자보를 직접 철거했다는 관재팀에는 여러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에 앞서 홍익대 당국은 경비노동자의 죽음에 관한 입장을 묻자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 대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홍익대 경비노동자 선 씨는 지난달 27일 새벽 홍익대 홍문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재학생 2명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그날 오후 사망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홍익대 '모닥불'은 30일 선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홍문관 입구에 분향소를 설치해 추모를 이어나갔다. 홍익대 학생들은 수백개의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는 등 추모에 동참했다.

ilraoh_@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