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전두환 5.18 광주 방문 직후 시민에 총격"
입력: 2019.05.13 19:45 / 수정: 2019.05.13 22:51
미군 방첩부대 정보요원으로 활동했던 김용장 씨와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왼쪽)
미군 방첩부대 정보요원으로 활동했던 김용장 씨와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왼쪽)

전 미국 정보원 김용장 씨 "북한군 개입설은 허위날조"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미군 방첩부대 정보요원으로 활동했던 김용장(74) 씨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섞여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조작했다는 남한특수원을 직접 봤다고 증언했다. 또한 계엄군이 발포했던 1980년 5월 2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해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1980년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근무한 허장환(71) 씨와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증언했다.

김 씨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행세를 한 사복군인이 실재했고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광주 K57(제1전투비행단) 비행장에 수송기를 타고 약 30~40여 명의 남성이 와서 2~3일간 주둔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보안사령부에서 보낸 사람들”이라며 “20~30대 젊은 남성들이었으며 짧은 머리, 또는 가발을 쓴 채 있었다. ‘거지 행색’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장갑차 탈취, 방화, 총격 등 민간인이 저지르긴 어려운 행위는 이들의 소행이라 추측하며 “감히 ‘남한특수군’이라 일컬어지는 이들이 직접 행했거나 일반 시민을 선동한 것”이라고 했다.

전두환 씨 역시 남한특수군이 목격됐다는 광주 K57 비행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시민을 향한 첫 발포가 이뤄진 21일 전 씨가 광주를 방문했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전두환이 광주를 방문해 정호용 특전사령관, 이재우 505보안대장 등과 함께 74명이 회의를 했다. 이는 움직일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라며 “21일 오후 1시에 시민을 향한 총격이 가해졌다. 이에 따라 전두환과 74명의 방문목적이 사살명령이라는 것은 합리적 추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살명령은 발포명령과 다르다. 발포는 적의 공격에 대응한 정당한 공격을 일컫는 말”이라며 “(전 전 대통령이 명령한 것은) 발포명령이 아닌 사살명령”이라고 바로잡았다.

1980년 5·18 당시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주변 모습. (사진 = 5·18 기념재단 제공 사진 촬영)/뉴시스
1980년 5·18 당시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주변 모습. (사진 = 5·18 기념재단 제공 사진 촬영)/뉴시스

김 씨 증언에 따르면 당시 전 씨는 헬기를 타고 광주를 방문했다. 이를 두고 김 씨는 “헬기를 타고 이동할 경우 파일럿은 ‘플라이트 플랜(비행계획서)을 절대적으로 남긴다”며 “전두환이 어디서 광주로 날아왔는지는 불명확하지만 광주에서 귀경한 기록이라도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함께 참석한 허 씨 역시 “발포는 초병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전두환은 사격 명령권자”라고 강조했다. 또한 허 씨는 전일빌딩 헬기사격을 두고 “(시민군이 있는) 도청을 은밀하게 진압하던 중 저격병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헬기로 그 저격병을 저격하는 작전을 구상했다”며 “호버링 스탠스(헬기가 상공 한 자리에 멈춰 있는 것)에서 사격했다”고 증언했다. 광주에 근무하던 수사관 중 유일하게 경상도 출신이었다는 그는 “외근을 나가서도 상부 지시가 있으면 급히 복귀해야 했다”며 “그나마 내 출신지 때문에 나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겼나보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김 씨는 북한군 침투설도 강력하게 반박했다. 김 씨는 “북한침투설은 전두환의 허위날조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당시 미국의 첨단감시망은 위성사진과 하나의 오차도 없어 정확히 일치하는 수준인 것을 미국 정보요원과 함께 두 눈으로 확인했다”며 “북한군이 이러한 감시망을 뚫고 들어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광주=임세준 기자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광주=임세준 기자

김 씨가 당시에 쓴 보고서 40건 가운데 5건이 미국 백악관에 전해졌다. 이 중 3건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읽었다. 당시 김 씨가 쓴 보고서에는 시신 소각, 헬기 사격, 광주교도소 습격, 공수부대원이 저지른 성폭행 등의 첩보 역시 기재됐다. 이 중 시신소각은 “가매장된 시신을 다시 파헤쳐 광주통합병원에서 소각했다”며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시신 9구는 김해공항으로 수송됐다는 것을 알았다. 제 추측으로는 틀림없이 바다에 던져 수장시켰을 것”이라고 했다. 공수부대가 자행한 성폭행은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알지 못하지만 성적 학대와 성폭력이 이뤄졌다고 분명히 보고했다”고 했다.

허 씨 역시 시신 소각이 있었다고 확신했다. 그는 "시신을 태우면서 생긴 검은 재가 날아와 주변 민가는 장독도 못 열었다"며 "소각할 시신이 너무 많아 김해공항으로 빼서 수장해버린 것"이라고 증언했다. 보안 유지를 위해 당시 병원에서 근무한 청소원들에게 급부도 제공한 사실 역시 알려졌다.

김 씨는 이날 자신의 증언을 두고 “39년 간 제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무거운 십자가를 내려놓는다”며 “오늘 제가 증언하는 이 자리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밝힐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허 씨 역시 “그동안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며 “제가 1948년 생으로 나이 일흔을 넘겼는데 솔직히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 아니냐. 산증인인 제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김후식 5‧18부상자회 회장, 정춘식5‧18 유족회장, 홍기섭 홍남섭변호사기념사업회 이사 등이 참석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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