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검찰개혁 '文文이몽'…수사권 논쟁 2라운드
입력: 2019.05.03 05:00 / 수정: 2019.05.03 05:00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25일 청와대 본관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차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25일 청와대 본관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차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문무일 총장 해외출장 중 강경 입장…"반성문부터 내야" 지적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고 덕담했다. 문 총장은 "바르게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중책은 '검찰개혁'이다. 문 총장도 지난해 취임 1주년을 맞아 "검찰에 대한 불신이 여전해 외부의 검찰개혁 논의에 의견을 내면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일선 검사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핵심인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가시화되자 두 사람의 화두는 '동상이몽'으로 갈라진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강경하게 반발하자 경찰과 법조계, 정치권까지 가세해 검경수사권 조정 논쟁의 몸집이 커졌다. 문 총장의 이같은 비판이 처음은 아니지만 해외출장 중 이례적 입장 발표에 무게감이 실렸다.

문무일 총장은 1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이 전한 입장문에서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해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패스트트랙 본격화 이후 들끓는 검찰 내 반발기류를 대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보다는 검경수사권 조정 내용을 포함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문제 삼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공수처법)도 마땅치않지만 문 총장의 입장에는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공개적 반발로 검경수사권 조정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사진은 문무일 총장(오른쪽)과 민갑룡 경찰청장./더팩트 DB
문무일 검찰총장의 공개적 반발로 검경수사권 조정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사진은 문무일 총장(오른쪽)과 민갑룡 경찰청장./더팩트 DB

검사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일부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조 의원은 문 총장이 입장을 낸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국정원이라는 정보기관의 이름이 경찰청으로 바뀐 것"이라며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줄 경우, 국내정보 업무는 경찰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분리시켜야 한다"고 밝혔다.검찰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보 수집기능을 포기하면서 경찰은 사실상 국가정보권을 독점한 기관이 됐다. 여기에 현재 법안대로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까지 가지면 과거 국정원같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된다는 우려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검경수사권 조정보다 경찰통제가 선차적 문제이며 전제조건"이라며 "지금과 같은 수사권조정안을 통과시키려면 경찰 권한에 대한 각종 통제방안이 반드시 패키지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의 속내는 결국 검찰의 권한은 줄어들고 경찰은 커지는 수사권조정안 기조에 대한 저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강조한 실질적 자치경찰제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특히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부정하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도록 한 내용도 검찰로서는 충격이다. 기존에는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절차만 지키면 증거로 인정됐고 경찰의 조서는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증거 능력을 잃었다.

경찰 역시 즉각 반박에 나섰다. 경찰청은 2일 설명자료를 내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영장 관련 보완수사 요구권, 사건 담당 경찰의 직무배제 및 징계요구권을 가지며 검·경 동시 수사가 벌어질 경우 검찰이 우선권을 가진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간 사건도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권을 가지며 현재대로 기소권을 통해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고 경찰 통제방안이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아도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해 경찰 임의대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도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있는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수사권조정 반발에 앞서 검찰의 자성을 촉구했다. 사진은 임은정 검사.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수사권조정 반발에 앞서 검찰의 자성을 촉구했다. 사진은 임은정 검사.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이같은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후 법안 논의과정에서 치열한 난타전을 예고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 총장의 의견도 앞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심의 조정하면서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다"며 "패스트트랙안을 근본적으로 파괴한다는 해석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직적 반발에 앞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에 막중한 권한을 위임했던 국민들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있는지,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를 더 이상 믿지 못해 권한 일부를 회수해가려는 상황"이라며 "우리 검찰에게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닌데,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반성문을 발표했어야 하는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임은정 검사는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지만, 잠든 척 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며 "더 이상 잠든 척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우리 검찰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답답하고 서글프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개정안은 애초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힌 수사권-기소권 분리 원칙에서 후퇴했다는 평가다. 여전히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등 기존 특수부가 수행하던 1차 수사권을 유지한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공소유지를 위한 수사도 할 수 있다. 현직 검사장 최초 구속을 부른 '진경준 사건', 국정농단 사태 등 검찰개혁이 촉발된 배경을 벌써 잊었냐는 지적도 받는다. 법무부 산하 외청인 검찰의 총장(장관급)이 정부의 제1정책에 조직적 반기를 드는 것 자체가 검찰이 누려온 특권과 개혁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주장도 있다.

해외순방 중인 문무일 총장은 애초 일정을 단축해 4일 귀국한다. 이유는 "국내 현안, 에콰도르 일정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이 귀국 후 사표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실제 2011년 7월 이명박 대통령 해외순방 중에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퇴임을 한달여 앞두고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항의해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문 총장이 취임 1주년 때 우려한 것처럼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저항'으로 비쳐 검찰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검찰 주장의 정당성을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총장의 임기는 7월 24일로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6월 본격화될 차기 검찰총장 선임 과정에서도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lesli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