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질환을 얻은 조덕진씨가 25일 사망했다. 사진은 2017년 8월 열린 6주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 모습./뉴시스 |
정부는 피해자 불인정…변변한 지원 못 받아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인체유해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질환을 얻었던 조덕진(49) 씨가 사망했다. 조 씨는 생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정부에 신고했으나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변변한 지원조차 받지 못했다.
26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사용자로 폐질환 4단계 피해자인 조 씨는 25일 오후 11시 54분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체계는 특별구제계정(3·4단계 피해자)과 구제급여(1·2단계 피해자)로 나뉜다. 정부의 예산으로 직접 지원하는 구제급여와 달리 특별구제계정은 살균제 생산 기업 자금으로 지원한다. 그 중 3단계 피해자에게만 자금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2018년 간질성 폐렴으로 4단계 피해자로 인정된 조 씨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당시 환경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가능성 거의 없음(4단계)'이라고 판정받았다.
고인의 가족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조 씨는 부모에게도 자신이 쓴던 가습기 제품을 선물했다. 모친 고 박월복 씨 역시 아들과 같은 질환으로 사망했다. 사망 후 가족들이 피해사실을 신고했으나 역시 정부의 지원대상이 아닌 특별구제계정으로만 인정됐다. 부친이자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조오섭 씨도 천식을 앓아 2018년 특별구제계정으로 인정됐다.
조 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 간질성 폐렴과 폐섬유화 진단을 받으면서 5년여 밖에 살지 못하니 폐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다. 4단계 피해자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다 지난 4월 20일 폐렴으로 입원한 뒤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생전 목사로 일하며 3명의 자녀를 뒀다.
조 씨의 사망으로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는 26일 기준으로 1403명에 이르게 됐다. 조 씨의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장으로 치뤄질 예정이다. 발인은 29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