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벚꽃과 함께 흩날린 노란 리본…"잊지 않을게"
입력: 2019.04.16 18:40 / 수정: 2019.04.16 18:40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안산에서 열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송주원 인턴기자] 안산은 봄으로 가득했다. 영상 20도를 웃도는 화창한 봄 날씨였다. 만개한 벚꽃이 봄바람에 흩날리는 유원지에는 산책나온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함께 봄날을 만끽할 수 없는 304명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세월호참사 5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제 제3주차장에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이 개최됐다.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이사장 김정헌)이 공동 주관한 이날 기억식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윤화섭 안산시장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산청간디학교 학생 일동은 기억식을 30여 분 앞둔 시각 '오늘의 기억, 내일의 평화'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사가 열리는 제3주차장까지 행진했다.

행사는 사회를 맡은 이지애 KBS 전 아나운서의 개식 선언으로 시작됐다. 이어 참석자 전원은 오후 3시 정각부터 1분간 울려 퍼진 추모사이렌 속에서 희생자 304명을 기리며 묵념했다. 추모 노래인 ‘잊지 않을게’가 울려 퍼졌고 장내 설치된 대형스크린에는 희생자를 향한 유족의 메시지가 적힌 노란 쪽지들,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단식 시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뉴스 영상이 나왔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뉴시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뉴시스

첫 번째 추도사를 맡은 유은혜 장관은 "교육부 장관으로서 304분의 희생자 중 261명이 단원고 교사와 학생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세월호참사를 통해 국가는 반드시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위급한 재난위기 속에서 국민을 보호할 사회안전시스템 마련은 우리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를 항상 기억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우리 아이가 태어난 1997년부터 2014년 4월 16일, 아이가 내 곁을 떠나기까지 17년이었다"고 추도사를 시작하며 울먹였다. 그는 "우리 아이들과 304명을 죽인 범인이 목포에 누워 있는 세월호 배냐"며 "범인은 박근혜 정부와 국가안보실의 적폐"라고 재수사 및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촉구했다.

행사 장소인 화랑유원지에 조성될 4.16생명안전공원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장 운영위원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질서를 지키며 친구들과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지금은 전국 11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며 "아이들을 안산 한 곳에 모으고 공원을 만들어 이 땅에 다시는 세월호참사와 같은 비극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참석 시민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뉴시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참석 시민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뉴시스

추도사가 끝난 후 허영민 씨의 아쟁 연주에 맞춰 희생자를 기리는 조성민 씨의 마임 공연이 이어졌다. 배우 전소니 씨도 함께 무대에 올라 추도시를 낭송했다. 가수 양희은 씨와 안산시립합창단이 유가족을 위로하는 추모곡을 열창하며 행사는 마무리됐다.

5주기 전날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유가족을 비하하는 '막말' 파문에 이어 씁쓸한 장면도 연출됐다. 행사장 맞은편에는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화랑지킴이’, ‘화랑시민행동’ 등이 집결해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 ‘생명안전공원은 납골당이다’라고 쓰여진 깃발을 든 시위대는 참사 당시 생존한 단원고 졸업생 장애진 씨가 편지글을 낭송할 동안 행사장을 향해 북을 치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단 일부 참석자가 뛰쳐나와 제지하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경찰이 막아서 큰 충돌은 없었다.

일부 노인들은 행사 전 학생들의 행진을 따라붙으며 "학생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1년이면 잊을 것"이라고 호통쳤다. 행렬을 안내하던 관계자는 "그래도 이번 기억식은 평일 낮이라 적게 오신 편"이라며 "이렇게 몇 분밖에 안 오신 건 처음 본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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