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태아 생명은 누가 지키나" 고개 떨군 낙태죄 찬성파
입력: 2019.04.11 18:21 / 수정: 2019.04.11 18:21
어린이 눈에 비친 낙태죄, 여성과 태아 모두 보호되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반영되고 있다.
어린이 눈에 비친 낙태죄, '여성과 태아 모두 보호되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반영되고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 후에도 찬반 팽팽…'환호 VS 망연자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송주원 인턴기자]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자 찬반 양측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의견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1항 위헌소원을 놓고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선고 전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경쟁하듯 찬반단체의 기자회견이 연이어 열렸다. 개신교단체가 중심이 된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은 헌재 정문 왼쪽에 집결했다. 일부 회원은 ‘나도 몇 년 전에 태아였다’는 피켓을 목에 건 자녀를 데리고 왔다. ‘모든 태아의 생명 가치는 동일하다’, ‘12주는 생명이 아니고 13주는 생명이냐’ 등 태아 생명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다 취재진을 발견하면 "여러분도 낙태 당하지 않아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맞은편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교수연구자 단체 등이 참여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릴레이 기자회견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인구가 많았을 때는 ‘산아제한정책’으로 낙태를 허용했다"며 "최근 인구가 감소하자 출산 장려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여성의 몸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소식을 듣고 환호하는 시민단체들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소식을 듣고 환호하는 시민단체들

장애를 이유로 의사에게 낙태를 권유 받았다는 한 여성은 "낙태는 처벌하는 한편 장애인 여성은 출산하지 말라는 얘기냐"며 "모든 여성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선택할 존엄한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환자라면 낙태가 허용된다.

오후 2시 선고가 시작되고 1시간 쯤 지나자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상 위헌이다. 판결 직후 반대 측 단체들은 "오늘 판결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태아 생명권을 경시한 헌법재판소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소리쳤다. 일부 참석자들은 판결에 충격을 받은 듯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이제 어떡하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단순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인 것에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며 "태아 생명권 보장을 위한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서로 위로했다.

낙태죄 폐지 찬성단체들은 헌법불합치 소식을 들은 후 일제히 환호했다. 여성단체연합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낙태죄는 (태아의 아버지인) 남성이 낙태한 여성을 협박하는 용도에 불과했다"며 "오늘, 4월 11일은 여성에게 있어 치욕의 역사가 끝난 날"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성 자기결정권을 위해 노력한 여성단체의 승리"라며 "이에 그치지 않고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돼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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