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뉴시스 |
낙태죄 폐지 공감하는 재판관 늘어…여성도 3명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송은화 인턴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판단이 7년만에 위헌에서 헌법불합치로 바뀌었다. 사회적 의식의 변화와 함께 크게 달라진 재판관 구성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합헌 결정 당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재판관이 합헌, 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이 위헌 등 4:4로 팽팽했다. 위헌 결정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한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해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는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단순 위헌, 조용호·이종석은 합헌 등 크게 7:2로 낙태죄 폐지 쪽이 압도적이었다.
합헌 결정을 한 2012년 당시 재판관 중에는 여성이 이정미 재판관 1명에 그쳤으나 지금은 3명으로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2년 결정에서는 여성인 이정미 재판관도 합헌 의견을 냈지만, 이번 여성 재판관 3명은 모두 헌법불합치·단순위헌 등 낙태죄 폐지 쪽에 손을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수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리/강진아, 그래픽/안지혜 기자) /뉴시스 |
낙태죄 폐지에 공감하는 재판관도 늘어났다. 현재 재판관 9명 중 문재인 정부 출범 뒤 6명이 임명됐다. 이중 유남석·이은애·이영진 재판관 3명은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위헌 의견을 밝혔다.
특히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헌법불합치보다 더 강한 단순 위헌 의견을 냈다. 단순위헌은 헌법불합치처럼 유예기간을 두지않고 곧바로 법을 폐지하자는 결정이다.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김명수 대법원장, 김기영 재판관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했다. 이들은 "국회가 취지에 따라 지휘할 것이므로 (폐지에 따른) 법적,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헌법불합치로 일단 기소를 가능하게 한뒤 입법을 예고하면 개인에게 주어지는 책임부담이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재판관은 모두 낙태죄 합헌 의견을 냈다.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보호는 매우 중대하고 절실한 공익이며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더 중시돼야 한다"며 " 태아는 인간이 돨 예정이므로 그 자체로 존엄한것이지 독립해 정신적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성장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을 보호받아야한다"고 소수 의견을 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천한 서기석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이었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18일 임기만료로 퇴임한다. 두 사람은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이 임기를 마치면 탄핵 재판부 전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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