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단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1심 뒤집고 추가기소 유죄 판결…"업무상 위력 확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극단 단원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미투(Me Too)’ 연루 인사 중 처음으로 실형을 받은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게 2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다. 1심보다 1년이 늘어났다.
서울고법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는 9일 유사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연기 지도 시 신체 접촉이 불가피함을 감안하더라도 이 씨의 접촉은 용인 한도를 한참 넘었다"라며 이 같이 판결했다.
이 씨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공소 사실 중 일부가 유죄로 인정돼 1년 더 무거운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1심에서 받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기관 취업 10년 제한 명령 역시 유지됐다. 이 씨가 고령이고 범죄 전력이 없는 것을 감안해 검찰의 보호관찰 신청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이 씨는 신체 접촉이 연기 지도를 위한 것이라 했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 씨의) 접촉 범위는 정상인의 성적·도덕적 관념을 벗어난 행위"라며 "피해자에게 신체적 피해를 줬을 뿐 아니라 연극인의 꿈과 희망까지 짓밟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씨는 피해자의 증언이 일관성이 없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증언 중 극히 일부분이 불분명하나 판결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객관적 진실과 거리가 멀지 않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 씨의 형량을 늘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밀양연극촌 유사강간치사 혐의는 1심 당시 "피해자 A씨가 당시 정식 극단원이 아니라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성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동료 B씨의 추천으로 극단에 들어 왔다고 하나 이 씨의 제안 역시 큰 역할을 했으므로 고용에 따른 업무상 상하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가 서류상 다른 곳에 취업된 상태이긴 했으나 포스터에 이름이 나와 있고 업무일지를 보면 안무에 편의상 도움만 준 것이 아닌 정식 일원으로 보인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이날 법정에 다소 늦게 들어선 이 씨는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페미니스트(Feminist)’ 문구가 적힌 점퍼를 입고 에코백을 든 방청객 10여명도 재판을 지켜봤다.
작가 겸 연출가인 이 씨는 서울연극학교를 중퇴한 뒤 1979년 부산일보 편집국 기자로 근무했으나 연극계로 돌아와 국내 대표 극단 중 하나인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했다. 연희단거리패의 실질적 수장으로 지내던 2010년 4월~2016년 6월 단원 9명을 25차례 상습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중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미투(Me too)’운동에 동참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며 범행이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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