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렸던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다운이 26일 오후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
2010년 특강법 개정으로 도입…가족 2차 피해 문제점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26일 경찰이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3) 씨 부모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김다운(34) 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하면서 검찰 송치 도중 얼굴을 공개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잔혹범죄 피의자 신상공개는 시행 10년째를 맞았지만 피의자 가족이 겪는 연좌제 성격의 2차 피해 등 보완해야 할 점도 지적된다.
형사 피의자 신상공개는 원칙없이 이뤄져 오다가 2003년 ‘인권보호 수사준칙’ 제정으로 사실상 금지됐다. 그러나 수사준칙 시행 이후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2004), 정남규 연쇄살인 사건(2006), 조두순 아동 성폭행 사건(2008) 등 대형 흉악 범죄가 잇달아 피의자 인권만 지나치게 보호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신상공개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신상공개가 제도적으로 도입된 계기는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강호순 사건'(2009)이었다. 강호순은 2006~2008년 여성 7명을 납치 살인해 공분을 산데다 얼굴 노출을 극도로 꺼려 신상공개 여론에 불을 지폈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자체 판단으로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고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0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이 신설됐다. 이 조항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이거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신상을 공개하도록 했다. 단 청소년 피의자는 제외한다.
이후 ▲수원 토막 살인사건 오원춘(2012)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조성호(2016) ▲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한 '어금니 아빠' 사건 이영학(2017) ▲골프연습장 주차장 주부 살해 사건 심천우(2018) ▲용인 어머니 일가족 살해 사건 김성관(2018) ▲서울대공원 토막 유기 사건 변경석(2018)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성수(2018) 등이 신상공개 대상이 됐다.
2009년 경기 군포 금정면 먹자골목의 한 노래방으로 현장검증에 나선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고 있다./뉴시스 |
그러나 신상공개된 피의자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털기'가 이뤄지면서 그 가족이 2차 피해를 당하는 문제도 드러났다. 2016년 조성호 사건 때는 공개된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피의자 가족과 옛 여자친구의 정보까지 인터넷상에 드러나 경찰이 명예훼손과 모욕죄 혐의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 알권리 충족, 범죄예방효과가 의심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편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이날 김다운 씨에게 강도살인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오후 1시40분쯤 유치장을 나선 김씨는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살인 혐의는 계속 부인했다.
김씨는 지난달 25일 자신이 고용한 중국동포 공범 3명과 이씨 부모의 안양 아파트에 침입해 이씨 아버지(62)와 어머니(58)을 살해하고, 5억원이 든 가방을 강탈한 혐의를 받는다. 시신을 각각 냉장고와 장롱 속에 유기하고, 일부는 평택 창고로 옮긴 혐의도 있다. 이밖에도 주거침입, 공무원자격 사칭, 위치정보법 위반 등 총 5개 혐의가 적용됐다.
김 씨는 이희진씨 아버지에게 2000만원을 빌려줬지만 갚지않아 겁을 주려고 찾아갔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희진 씨가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로 챙긴 돈을 부모에게 몰래 넘겼을 것으로 보고 이를 노려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중국으로 도망간 공범 3명은 국제사법공조로 하루빨리 검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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