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시작된 운명의 재판…새벽부터 김경수를 기다린 시민들
입력: 2019.03.19 16:12 / 수정: 2019.03.19 16:12
드루킹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남용희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남용희 기자

안산서 온 부녀부터 태극기부대까지…재판부 "못 믿겠으면 기피신청하라"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법정에 들어가진 못하지만 오늘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

1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2부 심리로 열린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재판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선 아버지는 함께 와준 딸에게 이같이 말했다. 부녀는 이름을 밝히긴 원하지 않았지만, 김 지사의 보석 심리가 진행되는 순간을 꼭 현장에서 보고 싶어 19일 새벽 6시 50분 집인 경기도 안산을 출발했다고 했다.

김 지사의 항소심 첫 재판은 서울고법 302호 법정에서 진행됐는데 좌석이 34석으로 비교적 좁은 편이라,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없어 법원은 당초 19일 오전 10시부터 방청권을 배포한다고 고법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판도 방청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한 바 있지만, 김 지사의 재판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리진 않았다. 19일 오전 9시 김 지사 재판의 방청권을 배부하기로 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1층 외부 6번 법정출입구 앞에는 이미 40명 정도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9시 30분경 법원 관계자는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의 수를 일일이 확인한 뒤 "35명까지만 방청이 가능하니, 이 뒤에 계신 분들은 계속 기다리더라도 법정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몇 차례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선착순 35명에 속하지 못한 시민들은 법원에 전화해 "멀리서 온 사람들이 김 지사 재판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방법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으며, "다음 재판부터는 큰 법정에서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대기하는 곳에는 지지자들도 있었지만, 이른바 태극기 부대도 10명 가량 모였다. 이들은 김 지사를 비롯한 현 정부를 비난하는 말을 큰 소리로 몇 차례나 외쳤다.

오전 10시. 법원 관계자는 정해진 35명에게만 방청권을 배부했고,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법정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안산에서 온 아버지와 딸은 "제일 처음에 줄 서 있는 분은 새벽 4시에 왔데. 우린 진짜 너무 늦게 온거야. 반성해야돼"라는 농담을 하며 쌀쌀한 날씨에 고생한 서로를 토닥였다. 이들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된 재판은 직접 방청하진 못했지만, 공판이 끝날 때까지 법정 밖에서 기다리는 정성을 보였다.

드루킹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남용희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남용희 기자

19일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 차문호 부장판사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10분이 넘게 사건에 임하는 재판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차 부장판사는 "이 사건이 온라인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고 우려가 많다고 들었다"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완전히 서로 다른 재판결과가 당연시된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 결과는 우리 재판부의 경력 때문"이라고 하면서 "저희 재판부를 비난하고 벌써부터 불복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지금이라도 기피 신청을 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비난과 예단은 법정을 모독하는 것으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설명은 차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은 이력을 이유로 여권과 김 지사의 지지자 및 누리꾼 일부가 항소심에 대한 공정성을 문제삼자 이를 의식해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수 차례 공정한 재판을 강조했다.

또 검찰과 김 지사의 변호인이 항소이유를 설명하자 "양측이 제출한 항소이유서, 항소이유 보충서, 답변 서면도 검토하겠다"면서도 "형사재판이라는 것이 서면 재판을 하는게 아니지 않느냐. 양측이 법정에서 확실한 공방을 하고 자기 주장을 떳떳하게 드러내고 상대방이 법정에서 함께 방어하고 또 재반박하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100~200페이지씩 제출해 읽어보고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는건 지양하고, A쟁점 가지고 진술하면 아니다 논쟁하는 방식이 공개 재판의 취지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다음 기일 변호인측에서는 파워포인트 영상으로 항소이유에 있는 원심이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건지, 근거는 뭔지, 증거로는 뭐가 있는지 등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비판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김 지사의 보석 심리는 다음 재판이 열리는 4월 11일로 미뤄졌다.

특검 측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인 피고인의 태도를 보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법과 제도에 의해 도지사가 없어도 기본적인 도정 수행은 보장된다"며 김 지사 보석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보석을 불허할 사유가 없다면 가능한 허가해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4월 11일 두 번째 재판까지 지켜본 뒤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항소심에 출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항소심에 출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한편 김경수 지사는 재판에서 "1심 판결은 유죄의 근거로 삼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1심은 이래도 유죄, 저래도 유죄라는 식으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또 "항소심에서 1심이 오해한 크고 작은 사실들 중 무엇이 진실인지 하나하나 밝혀 뒤집힌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유무죄를 다투는 일은 남은 법적 절차로 얼마든지 뒤집을 기회가 있겠지만, 법정구속으로 발생한 도정 공백은 어려운 경남 민생에 바로 연결돼 안타까움이 크다"며 "경남 도민들에 대한 의무와 도리를 다하도록 도와달라"고 재판부에 석방을 요청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 지사는 "도지사님 힘내세요", "도지사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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