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
정준영·승리 피의자 신분 출석…경찰 고위급 유착 의혹이 뇌관
[더팩트|장우성 기자] 성접대, 불법촬영영상 유포, 경찰유착 등 각종 의혹으로 뒤엉킨 '카톡방 3인방' 가수 정준영(30) 씨, 승리(29·이승현) 씨,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가 수사기관에 불려나왔다. 이들은 14일 오전 10시부터 시차를 두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미 단순한 연예계 스캔들을 넘어 게이트급으로 몸집을 불려가는 이 사건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다.
우선 세 사람에게 적용된 혐의와 가능한 처벌 수위가 관심을 끈다. 혐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죄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정준영 씨는 2015년말 이 대화방에 불법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수차례 올려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이용 등 촬영)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최대 징역 5년 또는 벌금 3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영리 목적이 입증되면 최대 7년까지 올라간다. 알려진 대로 피해자가 10명에 이른다면 7년6개월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13일 "범행이 확인되면 그에 따라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못박아 중형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재판 결과 양형은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천명한 불법촬영물 범죄 엄단 방침에 따라 구속 수사도 거론된다.
승리 씨는 2015년말 이 대화방에 투자자에 성접대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글을 올리는 등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 알선행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영리 목적이 드러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다. 승리 씨와 이 대화를 나눈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 역시 같은 혐의다. 유리홀딩스는 두사람이 같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다만 조사는 성접대 의혹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강남 클럽 '버닝썬' 지분의 50%를 소유한 승리 씨는 이곳에서 벌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마약, 성폭행, 경찰 유착 의혹도 추궁받을 전망이다.
14일 나란히 경찰조사를 받는 가수 정준영과 빅뱅 승리. /김세정 이동률 기자 |
특히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게이트'로 본격화 된다. 이미 '버닝썬'과 경찰을 잇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경찰관 강모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 씨도 경찰 조사에서 강씨에게 20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져 영장 발부가 유력하다.
더 큰 뇌관은 이들의 뒤를 봐준 '몸통'의 존재다. 승리 씨 등이 포함된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 걱정 말라고 했다"며 경찰 고위급과 유착을 시사하는 메시지도 발견돼 의혹은 경찰 수뇌부로 번지는 중이다.
이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의 "성범죄 외에 다른 형태 범죄가 있다"는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강남경찰서장보다 높은 직급 경찰과의 유착, 탈세 정황도 있다"며 "(대화방에 거론되는 경찰이) 다 유착이 돼 있다기보다는 가장 큰 우두머리하고 유착이 돼 있으니 (지시가) 내려오는 형태"라고 말했다. 이 대화가 오간 시기 경찰청장이었던 강신명 전 청장은 "승리와 일면식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경찰 지도부가 깊숙이 관계됐다는 의문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의혹이 일고 있는 버닝썬 업장 입구. /이덕인 기자 |
경찰이 2016년 먼저 제기된 정준영 씨의 여자친구 불법촬영 혐의를 부실 수사했다는 흔적도 드러난 상태다. 경찰이 정 씨의 휴대전화를 복원하던 포렌식 업체에 "복원불가 확인서를 써달라"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이 대화방 멤버인 가수 최종훈씨의 음주운전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도록 무마해주는 과정에서 경찰과 유착이 있었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경찰은 궁지에 몰렸다.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발본색원'을 주문할 정도로 판은 커졌다. 조직의 숙원인 검경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초대형 악재를 만난 경찰의 낯은 창백하다. 민갑룡 경찰정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한 수사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감찰 활동을 병행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조치하겠다"며 "국민 요구와 바람을 가슴 깊이 명심하고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전 경찰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126명 규모의 역대급 수사팀을 꾸린 경찰의 몸부림은 늦은 감이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이 연루됐다는 보도 내용도 있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시킬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경찰의 손을 떠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다면 연예계 권력과 경찰 권력의 결탁을 넘어 '제3의 권력'이 드러나지 말란 법도 없다. 단순 폭행이라는 조그만 불씨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의 불길이 일파만파 번지는 속도가 심상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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