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전두환, '5.18 헬기사격' 정말 몰랐을까
입력: 2019.03.11 11:33 / 수정: 2019.03.11 11:45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광주지법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희동=이새롬 기자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광주지법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희동=이새롬 기자

회고록 출간 전 국과수 발표…당시 실권자로 설득력 떨어져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전두환 (88)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은 그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주장이 거짓인줄 알고도 고의로 회고록에 썼는지가 쟁점이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헬기사격 장면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제시한 고 아놀드 피터슨 목사는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도 폄훼했다.

이미 정부와 법원 등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사실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7년 1월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건물 내에서 발견된 150여개의 탄흔을 정밀 분석한 결과 헬기에서 사격된 흔적이 맞다고 공식 감정했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도 지난해 2월 헬기 사격이 실제 실행됐다고 발표했다.

민사재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신진호)는 지난해 9월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씨의 헬기사격 부인은 명예훼손"이라며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검찰은 5·18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비밀전문도 제시했다. 이 전문에는 당시 헬기가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헬기 사격을 고의로 부인했다고 드러나면 사자명예훼손죄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전 전 대통령은 헬기사격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고록 출간 석달 전 국과수의 공식 감정 결과가 발표된 바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5.18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 중앙정보부장 서리였으며 비상계엄 확대를 주도하는 등 사실상 군부 실권자였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사실인줄 몰랐더라도 회고록에 조 신부를 단정적으로 비난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해당돼 처벌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은 판사 출신인 정주교(62) 변호사로 보수단체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모임' 공동대표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80) 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한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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