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눈] 돈벌이 수단 전락 '의혹', 동물보호단체의 '민낯'
  • 허주열 기자
  • 입력: 2019.01.31 05:00 / 수정: 2019.01.31 05:00

박소연 케어 대표의 불법 안락사 논란을 계기로 동물보호단체 활동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사진은 박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김세정 기자
박소연 케어 대표의 '불법 안락사' 논란을 계기로 동물보호단체 활동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사진은 박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김세정 기자

후원금 규모 커지며 곳곳서 '쩐의 전쟁'[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박소연 케어(care) 대표의 '안락사 사태'를 계기로 동물보호단체(이하 단체) 활동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안락사 문제는 사기·횡령 의혹으로 번졌고, 여러 단체와 동물보호활동가(이하 활동가)들의 고소·고발로 사법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 대표와 케어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타 단체의 뒤늦은 조치에는 이번 일이 본인들의 활동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담긴 듯하다.

이 문제들이 과연 박 대표와 케어만의 문제일까. 다른 단체는 설립 취지에 맞게 동물권 보호와 확대에 집중하고 있을까. 이 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확인하고, 관련 단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케어와 경쟁 관계인 한 단체 소속 관계자는 근거가 빈약한 의혹과 자료를 제보해 케어를 더 흔들려하다,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자 연락을 끊었다.

한 활동가는 "안락사는 케어 내부에서 쉬쉬하며 진행됐다 하더라도, 박 대표의 횡령 등 다른 의혹은 이미 오래 전 활동가들 사이에서 알려진 일"이라며 "일부 단체나 활동가와는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는 일도 잦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초 단체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는 전체 후원금이 3억 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대 단체(동물자유연대·카라·케어)만 1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이익이 많아지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돈의 흐름을 보면 3대 단체는 공통점이 있다. 연간 수십억 원 규모의 막대한 후원금을 거둬들였고, 3분의1 이상을 직원 급여, 복리후생비, 단체운영비로 사용했다. 약 600마리의 동물을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진 케어는 지난해 1~11월 후원금 등으로 인한 수입이 약 20억 원이다. 지출을 보면 4분의 1가량이 직원 급여(약 4억9000만 원)로 사용됐고, 지난해 1~3월은 동물구호사업비와 입양센터운영비가 급여보다 적게 사용되기도 했다.

직영 보호소가 없는 카라는 위탁을 통해 171마리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은 약 30억 원이며, 지출은 과반 이상이 직원 급여와 일반관리비 등 단체운영비로 쓰였다. 카라가 공개한 지난해 월별 수입·지출 내역을 보면 수입금을 직접사업비로 50% 이상 쓴 경우는 네 달뿐이다.

동물자유연대는 290마리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수입은 약 36억 원이며, 활동가 급여 및 복리후생비로만 월 1억 원 이상 사용하고 있다. 특히 후원금 중 다 사용하지 않고 남은 이익금이 매월 1억 원이 넘는다.

불법 안락사 논란이 제기된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세정 기자
'불법 안락사' 논란이 제기된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세정 기자

'유기견의 대모'로 불리는 배우 이용녀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유기견 100마리를 키우는데 월 400만 원을 쓴다"고 했다. 물론 대형 단체들은 동물보호 관련 법 개정 등 다른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받는 후원금에 비해 활동이 미미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후원금 파이가 커지며 동물권 보호라는 대의로 뭉친 동물보호단체들이 협력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비방하고, 약점을 잡아 공격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말 카라는 박 대표가 자신들의 동물보호 활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가상회원들의 댓글 조작 등의 수법으로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하남 동물학대 사건과 관련해선 케어와 PFC라는 단체가 해외 동물보호단체의 후원금 등을 놓고 날선 비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최근 4년 간 대규모 안락사를 자행한 단체 케어의 직원들은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조직 내 민주주의 구현과 동물권 운동의 발전을 위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애초 활동가들의 자원봉사로 출발한 단체가 노동자가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및 기타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대부분의 단체는 동물을 돕고 싶었던 활동가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20여 년이 흐르며 단체들은 후원금이 대폭 늘고, 조직이 더 커졌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의 동물보호 활동 및 유기동물 구조 활동량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단체들은 지금 존립을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박 대표 비판 행렬에 합류해 차별화 전략을 펼칠 때가 아니다. 초심을 지킬 수 있도록 본인들의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고, 미비한 점이나 문제점을 고치는데 주력해야 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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