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언론'에 날 세운 '안락사' 논란 박소연 "도살 끝내면 떠나겠다"
입력: 2019.01.19 14:44 / 수정: 2019.01.19 18:45
불법 안락사 논란을 빚은 박소연 케어 대표가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연 모습. /서초=김세정 기자
불법 안락사 논란을 빚은 박소연 케어 대표가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연 모습. /서초=김세정 기자

일부 동물단체, 박 대표 지지하며 "언론, 마녀사냥 멈추고 사과하라"

[더팩트ㅣ서초=임현경 기자] "기자님들 우리 개들 좀 살려주세요." "이런 참혹한 현장도 같이 봐주세요."

박소연 동물권단체케어 대표가 눈물을 보였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아니라, 끔찍한 학대 현장에서 구해내지 못한 개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대표가 고개를 숙이자 주변의 활동가들이 언론을 향해 성토하기 시작했다. "구조 현장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뭘 안다고 손가락질을 하느냐", "제발 저런 (동물을 학대하는) 잔인한 사람들도 세상에 알려라", "공정한 보도를 부탁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모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안락사, 횡령, 사기 등 의혹에 대해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관련 내용이 지난 11일 셜록, 뉴스타파, 한겨레, SBS 등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지 8일 만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 17일 취재진에게 개별적으로 기자회견 관련 사항을 공지했다.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취재진은 입장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 /임현경 기자
박 대표는 지난 17일 취재진에게 개별적으로 기자회견 관련 사항을 공지했다.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취재진은 입장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 /임현경 기자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부터 50명 이상의 취재진이 몰린 이날 현장은 사건의 화제성을 실감케 했다. 앞서 박 대표는 취재진에게 개별적으로 기자회견 일시·장소와 함께 이외 인원은 출입이 제한된다는 내용을 공지했으나,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일부 취재진도 명함을 제출한 뒤 입장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오전 9시 55분께 나타나 미리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그는 관계자에게 출입 언론 명단을 확인하는 등 언론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활동가들은 '동물학대 중단하라,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박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박 대표는 "어떠한 비난도 감수할 것"이라면서도 "저에 대한 비난과 함께 우리나라 동물권문제에 더 목소리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입장문을 낭독하며 사죄의 뜻을 밝힌 박 대표는 이후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하나하나 차례로 해명했다.

박 대표는 그간 보도됐던 내용들을 열거하며 조목조목 해명했다. 박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김세정 기자
박 대표는 그간 보도됐던 내용들을 열거하며 조목조목 해명했다. 박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김세정 기자

박 대표는 '개농장주를 보호소 관리인으로 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충남 홍성 보호소를 언급하던 도중 특정 매체를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해당 개농장의 사육환경이 비교적 쾌적했고 도살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자꾸 (군청에) 민원을 넣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해당 매체 소속 취재진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자, 박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영상 증거도 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그간 보도를 통해 많이 말하시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사회자가 황급히 과열된 분위기를 수습하며 케어 구조 활동에 관한 영상 시청을 진행했다.

몽둥이로 무작정 강아지를 때려 죽이거나, 창살로 이뤄진 상자에 빈틈없이 들어찬 개들이 숨쉬기 어려워하는 등 개농장에서 이뤄진 잔혹한 동물 학대 장면이 현장에 있는 모두의 눈앞에 펼쳐졌다. 처절한 '깨갱' 소리가 카메라 셔터음 사이로 울려퍼졌다. 박 대표는 한쪽 구석으로 비켜 앉아 눈물을 훔치며 스크린을 응시했다.

박 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동물 학대의 참혹한 현장 역시 보도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표가 이날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는 모습. /김세정 기자
박 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동물 학대의 참혹한 현장 역시 보도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표가 이날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는 모습. /김세정 기자

정적에 휩싸인 기자회견장은 박 대표가 자리로 돌아오며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박 대표는 "저를 더 비난하셔도 욕하셔도 괜찮다"며 "그런데 이것(영상)도 얘기해달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개고기를 없애달라. 그럼 저는 당장 떠나겠다. 도살을 끝내준다면 저는 감옥에 가도 된다"며 "기자님들 제발 도와달라. 활동가님들은 지금 기회를 이용해달라. 언제 국회와 정당에서 이렇게 동물권에 관심이 많았느냐"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재차 "홍성보호소를 건드리지 말라"며 "저를 아무리 괴롭히고 싶어도 보호소는 건드리지 말자. 동물들을 위해 그나마 만들어 둔 시설이다"고 역설했다. 또 "모 PD가 직접 군청 사람들을 데려와서 보호소를 헤집고 다닌 영상 자료가 있다. 그래서 지금 보호소를 철거하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명품·외제차 소유 논란, 특정 종교 논란 등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름을 해명했다. 그는 "사람을 어디까지 매도하고 마녀 사냥을 하실 것이냐"며 "언론이 너무 무서워서, 말만 하면 다 잘려나가서 전화를 받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사실 확인은 하고 보도하셔야 하지 않느냐"고 역설했다.

박 대표는 한 매체가 취재 과정에서 자신에게 성희롱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가 이날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는 모습 /김세정 기자
박 대표는 한 매체가 취재 과정에서 자신에게 성희롱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가 이날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는 모습 /김세정 기자

박 대표는 한 매체가 취재 과정 중 성희롱 여지가 있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으며 박 대표의 딸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내보낸 점을 규탄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니까 해당 PD는 취재시키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는 여전히 취재 중이다"고 부연했다.

이어 "노아(딸) 얼굴을 내려달라. 왜 직접 찍지도 않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이 얼굴이 나왔던 그 영상을 발췌하셔서, 그것도 친절하게 다른 배경은 다 모자이크 하고. 그렇게 하시는 것 아니다"며 "아기 욕까지 하게 만드는 게 진정성이냐"고 울먹였다. 해당 매체 기자가 "다른 매체랑 헷갈리시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한 활동가가 직접 휴대폰으로 영상을 틀어 그에게 확인시켰다. 기자는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고, 활동가들은 "공식 사과부터 하라", "저 기자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박 대표는 약속했던 질의응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앞서 박 대표 측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질의응답 시간을 넉넉히 준비했다"고 말했던 만큼, 긴장감이 팽팽했던 현장에는 분노에 찬 고성이 오갔다. 취재진의 항의 끝에 박 대표는 3개의 질문을 받았으며 "저는 회계 접근 권한이 없다", "경찰 조사에서 자세히 답하겠다" 등 다소 방어적으로 응답했다.

일부 동물단체는 이날 박 대표를 응원하는 동시에 취재진을 경계하고 적대감을 보였다. 활동가들이 이날 박 대표 곁에서 피켓을 들고 선 모습. /김세정 기자
일부 동물단체는 이날 박 대표를 응원하는 동시에 취재진을 경계하고 적대감을 보였다. 활동가들이 이날 박 대표 곁에서 피켓을 들고 선 모습. /김세정 기자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의 기자회견이었지만, 현장에는 동물권단체 MOVE,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의 동물 관련 단체가 함께했다. 이들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박소연 대표가 회원들에게 안락사하는 것을 숨기고 후원금을 받았다는 잘못을 비난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왜 그렇게 했는가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반성과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동물단체연합은 이날 박 대표가 잠시 말을 멈출 때마다 "임의도살금지법을 통과시켜라", "개고기를 금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활동가들은 취재진과 눈을 맞추고 "이런 건 보도 안하고 뭘하느냐", "언론은 마녀사냥에 사과해야 한다", "우리 개들 좀 살려달라"고 외쳤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기자가 소속을 밝히자 활동가들은 "악의적 보도를 한 곳"이라며 그의 말을 막기도 했다. 이들은 취재진이 퇴장하는 순간까지도 '공정 보도'를 강조하며 "개들을 구해달라" 읍소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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