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3개월 전 덮인 '신유용 미투'…대한체육회·유도협회는 뭐했나
입력: 2019.01.15 15:41 / 수정: 2019.01.15 15:41
스포츠계 미투를 폭로한 신유용 전 유도선수의 고발이 사회적 논란이 되자 대한체육회와 대한유도협회가 뒤늦게 징계 조치에 나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YTN뉴스 갈무리
'스포츠계 미투'를 폭로한 신유용 전 유도선수의 고발이 사회적 논란이 되자 대한체육회와 대한유도협회가 뒤늦게 징계 조치에 나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YTN뉴스 갈무리

심석희발 스포츠계 미투 확산되자 뒤늦게 강력 대응 예고

[더팩트|문혜현 기자] 신유용 전 유도선수가 2011년부터 4년 간 고등학교 유도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을 폭로했다. 당초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에 이어 '스포츠계 두 번째 미투'로 알려졌지만, 신 전 선수가 미투의 시작이다. 지난해 11월 이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책임 기관인 대한유도협회는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최근 신 전 선수가 다시 한 번 용기를 냈고,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유도협회가 수습에 나서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유도협회는 신 전 선수의 폭로가 논란이 되자 14일 "오는 1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가해자) A 씨에게 영구제명 및 삭단(유도 단급을 삭제하는 행위) 징계를 내리는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자에게 엄중한 조처를 내리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와 피의자 양 쪽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유도회는 A 씨의 범죄 여부를 떠나 지도자가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최근 연이어 폭로된 스포츠계 미투와 관련해 성폭력 가해자를 영구제명하고 국내외 취업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최근 연이어 폭로된 스포츠계 미투와 관련해 "성폭력 가해자를 영구제명하고 국내외 취업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대한체육회도 뒤늦게 공개 사과에 나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22차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준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 용기에 위로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지원과 성원, 격려를 해 준 국민 여러분과 후원해 준 정부, 기업에게 사과한다"고 고개 숙였다.

이 회장은 "그동안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 상벌에 관여함으로써 자행돼 왔던 관행과 병폐에 대해 자정 기능을 다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 뽑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성폭력 가해자를 영구제명하고, 국내외 취업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며 "메달을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고,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와 검찰 고발 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비단체일 경우 회원자격을 영구히 배제하고 단체 임원까지 책임을 추궁하도록 하겠다"며 "홈페이지와 보도자료를 통해 처벌과 징계 내용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국가대표 선수촌 내 선수 관리 시스템 개선 ▲선수촌 내 인권 상담사 상주 배치 ▲고충 상담 창구 설치·운영 등을 통해 "정부·시민단체와 함께 현재의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15일 체육시민연대 등은 서울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체육계에서 반복돼 온 성폭력 사건을 방관하고 방조한 책임은 대한체육회에 있다며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뉴시스
15일 체육시민연대 등은 서울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체육계에서 반복돼 온 성폭력 사건을 방관하고 방조한 책임은 대한체육회에 있다"며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뉴시스

하지만 체육계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등은 같은 날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에서 반복돼 온 성폭력 사건을 방관하고 방조한 책임은 대한체육회에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기흥 회장은 성추행 혐의로 영구제명된 지도자를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에서 3년 자격정지로 감경시키는 등 면죄부를 부여해 논란이 됐다"며 "대한체육회와 이 회장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 것은 체육계의 만연한 성폭력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신 전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 담당 코치 A 씨의 '따까리' 역할을 맡았다. 그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따까리'는 코치의 빨래, 방 청소, 잔심부름을 도맡아 했다"며 "고1 여름 철원 전지훈련에서 운동시간 전 코치를 깨우러 갔다가 코치가 입맞춤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학교로 돌아온 신 전 선수는 A 씨의 "방 청소를 하러 와라"는 부름에 응했다가 성폭행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 씨는 "너 이거 어디 가서 누구한테 말할 거냐", "말하게 되면 유도 인생 끝이다", "이제 막 메달 따기 시작하지 않았느냐"라며 협박하기도 했따.

4년 간 20차례 성폭행을 당한 신 전 선수는 그 과정에서 산부인과 검진을 받도록 강요당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A 씨를 경찰에 고소했으며, 유부남인 A 씨는 '연인사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전 선수는 지난해 11월에도 이러한 피해 사실을 알린 바 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도협회 일부 관계자들에게 '유도계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일이다'라는 압력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심 선수의 '미투 고발'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자 대한체육회·유도협회는 뒤늦게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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