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심석희 "17살 때부터 조재범 코치가 상습 성폭행"…정계·당국도 '술렁'
입력: 2019.01.09 15:09 / 수정: 2019.01.09 16:34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를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 혐의로 고발하자, 정계·당국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 전 코치와 심 선수가 각각 지난해 6월과 12월 법정에 출석한 모습. /뉴시스, 더팩트DB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를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 혐의로 고발하자, 정계·당국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 전 코치와 심 선수가 각각 지난해 6월과 12월 법정에 출석한 모습. /뉴시스, 더팩트DB

한체대·빙상연맹 '책임론' 대두…청와대 국민청원 15만명 돌파

[더팩트ㅣ임현경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를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 혐의로 고발한 사실이 밝혀지며 정계·당국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유감을 표명,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노 차관은 "이런 사건을 예방하지도 못하고 사건 이후 선수를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해 선수와 가족,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그간 정부가 마련한 모든 제도와 대책이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증명됐다. 모든 제도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날 체육계 폭행 및 성폭행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강간, 유사강간 및 이에 준하는 성폭력 등 기존 영구제명 대상에 '중대한 성추행' 포함 △성폭력 관련 징계자 국내외 체육관련 단체 취업 차단 △ 민간주도 전수조사 실시 △외부 참여형 위원회 구성 △비위 발견시 무관용 원칙 적용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 구성 등을 제시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심 선수의 피해사실이 밝혀지자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노 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쳬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심 선수의 피해사실이 밝혀지자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노 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쳬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 국회,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서"끔찍한 관행"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황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대한빙상경기연맹·한국체육대학을 향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국가대표선수에 대해 업무상 지위와 위력을 이용해서 미성년자일때부터 상습 성폭행이 있었다"며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남 의원은 "가해 코치의 성폭행 반복이 빙상연맹 등의 끔찍한 관행은 아니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며 "문체부가 체육계 성희롱·성폭행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실태 조사를 정례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법부는 정의롭게 응답해야 한다. 향후 법률과 관련된 입법활동은 당과 국회가 조속히 체계적으로 할 것"이라며 관련 법안 발의 및 대책 수립을 예고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인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수의 게시글을 게시하며 한체대를 중심으로 한 체육계 적폐 청산을 촉구했다.

손 의원은 "조재범 전 코치 뒤에 전명규 한체대 교수가 있다"며 "전명규를 불러 이 사태를 전면적으로 다시 조사해야 한다. 빙상협회까지는 문체부가 감사해왔지만 한체대는 교육부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문체위의 국정감사에서는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심 선수의 내부고발을 제재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당시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음성 녹취 자료 화면. /이새롬 기자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문체위의 국정감사에서는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심 선수의 내부고발을 제재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당시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음성 녹취 자료 화면. /이새롬 기자

◆ 체육계 만연한 성적지상주의…"손에 쥔 금메달에 뭣도 모르고 환호만"

일각에서는 관계당국의 직무 유기를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체육계의 관행·적폐로 인해 일찍이 '예고된 비극'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한체육회가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일반 등록 선수와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각 26.1%와 2.7%,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각 3.7%와 1.7%로 나타났다.

심 선수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이를 두고 "범죄행위가 일어난 장소에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은 국가체육시설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폭행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전혀 저항할 수 없도록 얼마나 억압받는지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라 일침을 가했다.

정의당은 사법부의 양형 기준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9일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1심에서 조 전 코치는 선수들이 성과를 낸 점이 고려되어 고작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체육계에서 선수 폭행이 구습으로 대물림 되어 오고 있다는 점도 재판부가 밝힌 양형 배경으로, 검찰의 구형이 대폭 감형된 자초지종이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관습이 썩었다고 해서 그걸 용인해 형벌을 정하면 우리 사회 수준은 그 이상을 못 벗어난다. 폭력에 대한 엄벌로 사회 상식과 기준을 높이기를 법원에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부푼 꿈을 안고 운동에 매진한 어린 아이에게 스승이란 어른은 지옥 그 자체였다. 그렇게 선수가 손에 쥔 금메달에 우린 뭣도 모르고 환호만 했다"며 "행복했어야할 선수의 유년을 짓밟고 청소년기를 유린하고 매질해서 얻은 그런 금메달은 필요 없다"고 했다. 또 "체육계는 처절히 각성해야 한다. 지도자에 의한 일상적 폭행 전수조사를 실시해, 한국 스포츠계 전반에 퍼져있는 폭력적 문화와 부조리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게시된 조재범 코치를 강력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참여 인원 15만 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캡쳐.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달 18일 게시된 '조재범 코치를 강력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참여 인원 15만 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캡쳐.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여론의 반응 또한 뜨겁다. 최근 1년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빙상연맹 관련 글은 754개에 달한다. 게시글 대부분은 선수 폭행·선발 불이익 등을 조사하고 처벌해달라는 내용이며, 일부는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연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달 18일 게시된 '조재범 코치를 강력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15만 명 이상(9일 오후 1시 기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달랑 10개월형이라니,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리면 10개월형이다"며 조 전 코치의 1심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이어 "더 가관은 동료 코치들이다. 동료지도자들의 선처 탄원으로 1심에서 저리도 자비로운 형이 나왔다고 한다. 이쯤되면 모두 공범으로 봐야 한다. 이들은 또 얼마나 가세해서 때렸겠느냐"며 체육계 관습을 지적했다.

앞서 심 선수는 지난달 17일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심 선수는 증거 확보를 위해 비밀을 유지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상습상해(폭행) 부분에 대해서만 피해자 진술을 한 바있다.

심 선수의 변호인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본건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그 지도자가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하여 폭행과 협박을 가함으로써 선수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일 때부터 평창올림픽을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때까지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해온 사건"이라 설명했다. 또, "심석희 선수가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너무나 막대하고, 앞으로도 동일·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이 사건을 밝히기로 용기를 냈다"고 전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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