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故 임세원 교수 유족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지…"
입력: 2019.01.02 17:14 / 수정: 2019.01.02 17:14

2일 정신과 진료 중이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故 임세원 교수의 장례가 엄수되고 있는 서울 적십자 병원 장례식장에서 동생인 세희 씨가 애통한 심정을 밝혔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2일 정신과 진료 중이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故 임세원 교수의 장례가 엄수되고 있는 서울 적십자 병원 장례식장에서 동생인 세희 씨가 애통한 심정을 밝혔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CCTV 속 오빠 평생 기억할 것…오빠 없는 세상 낯설어"

[더팩트|평동=문혜현 기자]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2018년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중이던 환자의 흉기에 의해 사망한 고 임세원(47) 교수의 여동생 세희 씨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매 순간 슬픔이 밀려오는 듯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고인은 진료 중이던 정신과 환자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사망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에 유족은 충격에 휩싸였다.

유족들에게 임 교수는 더없이 든든한 그였다. 유족 대표로 나선 동생 세희 씨는 생전 고인의 모습을 회상하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세희 씨는 "오빠는 효자였다. 굉장히 바쁜 사람인데도 2주에 한 번씩은 멀리서 부모님과 함께 식사했고, 엄마가 좋아하는 고기와 굴비를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저는 오빠를 따라가지도 못했다"고 말하며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이어 가정에서의 모습도 전했다. 그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다. 아이들을 보면 '잘 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라며 "언니(임세원 씨 아내)가 직장이 있어 바쁠 땐 오빠가 미리 시간을 조정해서 아이들을 돌봤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유족들은 현재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희 씨는 "저한테 오빠 없는 세상이 낯설듯이 아이들과 언니에게도 더 큰 낯섦과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고인은 마지막까지 다른 의료진의 안위를 생각하다 쓰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병원에서 확인해준 것을 들어보니 가해자가 위협했을 때 두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도망쳐', '112에 신고해'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가족 입장에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했다. 우리는 평생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던 그 순간에도 그는 평소 책임감이 넘치던 그대로 행동했다.

유족들은 슬퍼하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과 의료진의 안전을 먼저 우려하고 있었다. 세희 씨는 모두발언에서 "유족의 뜻은 귀하고 소중했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보장)과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과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빠와 같은 이 분야(정신의학)에서 일하는 분들은 자신의 진료권 보장과 안위도 걱정하지만, 환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질환을 빨리 극복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 힘든 직업을 선택하고 지속한다고 본다. 그분들이 현명한 해법을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재까지 가해자의 범행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고인 또한 생전에 환자였던 가해자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세희 씨는 끝으로 "아마 그분은 여기가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며 "저와 유족은 고인께서 평생 환자 위주로 하셨던 것만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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