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영상] 동덕여대 '알몸남' 동선 따라가보니…뻥 뚫린 '보안'
입력: 2018.10.17 00:05 / 수정: 2018.10.17 00:05
알몸남 사건이 불거진 동덕여대. 동덕여대는 출입경비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본관 건물까지 이동하는데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알몸남' 사건이 불거진 동덕여대. 동덕여대는 출입경비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본관 건물까지 이동하는데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TF현장] '알몸남 사건' 동덕여대, 문제의 310호 '폐쇄'

[더팩트|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정문부터 문제의 '알몸남' 대학원 건물 310호까지는 2분이면 갈 수 있었다. 물론 누구의 제지도 없었다. 알몸남이 쉽게 학교에 들어가 음란행위를 한 것이다.

<더팩트>는 16일 오전 9시, 1교시가 시작될 무렵 서울 성북구 화랑로에 위치한 동덕여대를 방문했다. 처음에는 차량을 이용해 대학 정문을 통과했다. 보안업체 K사 모자를 쓴 경비원의 가벼운 목례를 받으며 들어갔으나 학내 주차장은 모두 등록 차량 또는 정기 차량만 이용이 가능했다. 다시 차량을 돌려 정문을 지나며 안내받은 동덕여자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올라왔다. 기념관을 빠져나와 도로 건너편 동덕여대 정문으로 들어갔다. 첫 관문은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동덕여대 '알몸남'이 범행을 저지른 대학원 건물 3층 310호까지 가보기로 했다.

정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 약학관과 동인관이 나온다. 그 사이 지름길을 통해 올라가면 대학원 건물이 보인다. 돌계단을 밟으며 대학원 건물 입구까지 갔다.

건물 출입문을 지나 학생들이 많이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피해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갔다. 정문에서 문제의 310호까지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물론 '알몸남'은 민간기관 자격증 갱신 보수교육을 받기 위해 출입했고, 지난 6일이 토요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수월했을 터였다.

그러나 평일, 그리고 '동덕여대 알몸남'이 검거된 다음 날임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이동하는데 전혀 제지가 없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취재를 위해 찾은 본관 건물 입구는 '본관 출입을 원하시는 분은 상황실로 연락 바랍니다'라고 안내하면서도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K사 경비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취재에 응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자세한 내용은 업무과에 문의하시길 바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덕여대 본관은 출입을 원할 경우 상황실로 연락하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활짝 열려 있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동덕여대 본관은 출입을 원할 경우 상황실로 연락하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활짝 열려 있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누가 뭐라 해도 학생들이다. 이에 총학생회 측은 학교에 ▲총장의 직접적인 사과 ▲학생들과 논의 후 외부인의 출입 관련 규정 신설 ▲각 건물마다 카드 리더기를 설치 및 최소 1명 이상의 경비 상주 ▲보안업체 선정 이유와 과정을 공개 ▲책걸상 교체를 요구했다.

지난 8월 취임한 동덕여대 김명애 총장은 16일 "참담하고 치욕적"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을 학생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당국과 보안업체는 경비를 더욱 강화하고 안전한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새롭게 정비된 중앙통제시스템을 통해 건물 외곽지역은 물론 강의실별 순찰을 강화하고 감시카메라를 통해 교내에 진입한 외부인에 대한 신분확인 등 건물 출입경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가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대학원 건물 310호까지 이동하는데 어떤 신분확인도, 제지도 없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알몸남 사건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을 지닌채 등교하고 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동덕여대 학생들이 '알몸남' 사건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을 지닌채 등교하고 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문제의 사건은 지난 6일 발생했다. 동덕여대에 재학생들은 자신들이 수업을 받고 공부하는 강의실에서 한 남성이 알몸 상태로 음란행위를 한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동덕여대 '알몸남'은 '#야노 #야외노출 어느여대에서'라는 태그를 달아 영상과 사진을 게재했다. 자신들의 학교라는 것을 인지한 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들의 안전권을 보장해달라'고 청원했고, 경찰은 수사를 통해 15일 오후 6시 30분께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 근처 노상에서 '알몸남' A씨(28)를 체포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영상 배경인 대학원 건물 310호를 폐쇄하고 살균소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동덕여대 학생들은 '알몸남'이 문제의 310호에서만 그런 행위를 한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저질렀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동덕여대 알몸남이 음란행위를 저지른 대학원 건물 310호. 알몸남은 이 강의실에서 자위를 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동덕여대 '알몸남'이 음란행위를 저지른 대학원 건물 310호. '알몸남'은 이 강의실에서 자위를 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박종화(16학번·국사) 총학생회장은 16일 <더팩트>에 "지금 학우들이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면서 "어떻게 여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교에서는 310호로 특정을 지었지만, 영상이 아닌 사진에서는 다른 장소도 보이고 복도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다"며 "그만큼 보안이 허술하고 여성의 배움터인 이곳 학교에서조차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 재학생은 <더팩트>와 만나 "다들 얘기를 듣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금도 불안하다. 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알몸남 A씨에 대한 엄중처벌을 요구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알몸남' A씨에 대한 엄중처벌을 요구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음란행위가 벌어진 '310호' 맞은편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던 다른 재학생은 "이미 폐쇄가 됐지만 학생들은 310호만 보면 소름이 끼친다"며 "이곳 건물 이름이 대학원이지만 일반 학사생들이 교양 수업을 듣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앉아 있는 책상에서 그런 짓을 저질렀을지 모를 일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16일 종암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민간기관에서 실시하는 자격증 갱신을 위한 보수교육을 받기 위해 동덕여대를 방문했다. 6일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부분 없었다. A씨는 '야외노출 사진'을 접한 후 이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다 점점 자신의 음란행위를 남들에게 보여주면서 성적으로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성적 욕구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khk020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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