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병휘와 아르츠심포니 오케스트라가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어벤져스 페스티벌'에서 영화 '캡틴아메리카 퍼스트어벤져'의 주제곡 'Captain America'를 연주하고 있다. /스톰프뮤직 제공 |
영화 속 주인공들을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만나다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영화 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다면 어떨까.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 음악의 거장 앤니오 모리코네는 과거 영화 음악에 대해 "영화의 감동을 배가해 주는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영화 음악은 영화 속에서 감동을 더해주는 장치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음악이 주는 감동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영화 속 명장면이 뇌리에 스치는 것은 물론, 영화를 같이 봤던 사람이나 '그 때의 나'도 떠오른다. '어벤져스' 같은 '히어로물'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감성적 애니메이션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 음악은 '추억'으로 정의할 만 하다. 오케스트라 합주로 듣는 영화 음악은 그 날의 추억들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었다.
매년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해 온 <더팩트>는 스톰프뮤직과 함께 26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어벤져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주최해 독자들을 추억 속 한 장면으로 초대했다.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온 아이는 물론 '마블'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온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들이 영화 속 음악들을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기 위해 방문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2000여 명의 관객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지휘자 정병휘는 빨간색 'S'자가 박힌 '슈퍼맨 망토'를 입고 등장하며 콘서트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슈퍼맨' 지휘자와 60인으로 구성된 '아르츠심포니 오케스트라(스톰프뮤직 창립 2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는 'Theme from Superman'(영화 '슈퍼맨' 주제곡)으로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슈퍼맨은 1979년 제작된 히어로물의 원조격인 영화로, 웅장한 트럼펫 소리로 시작된 연주는 영화 속 '자유의 여신상' 위를 날아가는 슈퍼맨의 명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슈퍼맨 소환'을 마친 후 검정색 지휘복으로 갈아 입고 나온 지휘자 정병휘는 곧바로 'Molossus From Batman Begins(영화 '배트맨 비긴스' 주제곡)'을 통해 슈퍼맨의 라이벌 '배트맨'을 소환했다. 특히 이날 연주에서는 오케스트라 맨 뒷줄 위에 배치된 대형 스크린에 해당 영화의 포스터가 음악에 맞춰 나열돼 눈길을 끌었다. 청중들을 위한 주최 측의 배려가 연주의 감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세 번째 연주부터는 헐리우드 영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영화사 '마블'의 영웅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아이언맨3' '캡틴아메리카 퍼스트어벤져' '토르 다크 월드'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주제곡이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로 연달아 연주됐다.
1부의 마지막 순서인 '어벤져스'의 주제곡까지 연주되자 마치 영화 어벤져스의 명장면처럼 영화 속 영웅들이 이날 콘서트홀을 찾은 청중들을 위해 한 장소에 총 집결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오케스트라가 퇴장해도 이어진 박수 갈채는 덤이었다.
지휘자 정병휘와 아르츠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김현진과 함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곡 '인생의 회전목마'를 연주하고 있다. /스톰프뮤직 제공 |
◆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만나는 감성의 향연
1부 연주가 청중들을 웃게 했다면 2부 연주는 청중의 가슴을 적셨다. 특히 기타리스트 김현규와 피아니스트 이현진이 1부에 함께 했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감동을 더했다.
기타리스트 김현규와 아르츠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07년 작품 '초속 5센티미터'의 엔딩곡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로 2부의 서막을 열었다. 은은한 첫사랑의 감성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의 삽입곡인 만큼 기타리스트 김현규의 나즈막한 기타 선율이 압권이었다.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15년 작품인 '너의 이름은'의 엔딩곡 '아무것도 아니야'가 연주되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유의 감성의 정수가 극에 달아올랐다. 음악의 절정 부분에서 폭발하는 감성들이 기타 선율과 오케스트라를 통해 청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듯 일부 청중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무대 뒷 편에 배치돼 있던 그랜드 피아노가 지휘자석 바로 앞으로 배치되며 피아니스트 이현진이 등장했다. 피아니스트 이현진은 KBS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배우 심은경이 맡은 천재 피아니스트의 대역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피아니스트 이현진과 오케스트라의 협연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 알려진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속 음악들이 소환됐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생의 회전목마(하울의 움직이는성 주제곡)' '어느 여름날(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주제곡)' '아시타카의 전설(원령 공주 주제곡)'이 연달아 연주됐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애니메이션들의 대표곡들을 생생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게 된 청중들은 큰 호응을 보냈다. 여기에 믿기 어려울 만큼 현란한 피아노 연주로 청중들의 감성을 자극한 피아니스트 이현진의 피아노 선율도 일품이었다.
추억을 매만지는 연주가 이어지는 와중에 좌중이 폭소한 순간도 있었다. 지휘자 정병휘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제곡 어느 여름날 연주를 앞두고 악보를 들고오지 않았다는 제스쳐를 대기석에 보냈다. 이후 해당 애니메이션의 요괴 캐릭터로 알려진 '가오나시'가 무대에 등장했다. 주최 측 한 관계자가 온몸을 검은 천으로 둘러싸고 하얀 가면을 착용한 채 나타난 것이다. 이 가오나시(?)는 어느 여름날의 악보를 지휘자 정병휘에게 전달하고 곧바로 퇴장했다.
지휘자 정병휘와 아르츠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으며 퇴장한 피아니스트 이현진을 뒤로 하고 또다시 콘서트홀에 감성을 채워나갔다. 이들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벼랑 위의 포뇨(벼랑 위의 포뇨 주제곡)' '너를 태우고(천공의 성 라퓨타)'의 주제곡을 연달아 연주했다. 1부 첫 순서부터 지휘자석 바로 옆 자리를 지켰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윤의 바이올린 선율이 돋보였다.
이어진 앵콜곡 '이웃집 토토로' 주제곡 연주가 끝난 후에도 청중들의 기립 박수는 끊이질 않았다. 지휘자 정병휘는 바이올린과 기타, 피아노 연주자 외에도 트럼펫, 트럼본, 플루트, 오보에, 바순, 심벌즈, 팀파니, 비올라, 첼로 등 60인 오케스트라 구성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달라며 청중에게 손짓했다. 영화 음악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만남은 청중들에게 여름의 끝자락을 새로운 추억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더팩트>와 함께하는 '어벤져스 페스티벌'이 26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2000여 명의 청중들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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